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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avec's paradox; 모라벡의 역설
사람에게 어려운 추론은 컴퓨터에 쉽고, 사람에게 쉬운 지각과 운동은 컴퓨터에 어렵다는 관찰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은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Hans Moravec)이 1988년 책 《마음의 아이들》(Mind Children)에서 정리한 관찰이다. 모라벡은 컴퓨터가 지능 검사나 체커 게임에서 어른 수준의 성적을 내게 만드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지각과 이동 능력에서 한 살 아기만큼의 기술을 갖게 하는 것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썼다.[1]

1980년대에 로드니 브룩스, 마빈 민스키 등도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민스키는 "대체로 우리는 마음이 가장 잘하는 일을 가장 의식하지 못한다"고 썼고,[2] 스티븐 핑커는 1994년 "35년간의 AI 연구가 준 주된 교훈은 어려운 문제는 쉽고 쉬운 문제는 어렵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3]

사람에게 어렵지만 컴퓨터에 비교적 쉬운 일 사람에게 쉽지만 컴퓨터에 어려운 일
큰 수의 계산, 기호 논리, 정리 증명 얼굴 알아보기, 목소리 구별
체스, 체커, 바둑 같은 규칙이 정해진 게임 울퉁불퉁한 곳을 걷기, 공 받기
시험 문제, 방정식 풀이 컵과 의자를 구별해 집어 들기, 물건 정리

초기 AI 연구자들은 논리와 대수, 게임처럼 사람에게 어려운 문제를 프로그램으로 풀어내자, 시각이나 상식 같은 '쉬운' 문제는 곧 따라 풀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브룩스는 초기 AI가 지능을 "고학력 남성 과학자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정의했고, 네다섯 살 아이가 힘들이지 않고 하는 일, 곧 커피잔과 의자를 눈으로 구별하거나 두 발로 걷는 일은 지능이 필요한 일로 여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4] 이런 문제가 실제로는 훨씬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 AI 겨울의 한 배경이 되었고, 브룩스는 1980년대에 기호 추론 대신 몸과 환경의 상호 작용을 중시하는 로봇 연구로 방향을 틀었다.

진화론적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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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벡은 이 역설을 진화로 설명했다. 사람 뇌의 크고 고도로 진화한 감각·운동 영역에는 세계의 성질과 그 속에서 살아남는 법에 관한 10억 년의 경험이 새겨져 있고, 우리가 추론이라 부르는 의도적인 과정은 그 위에 얹힌 가장 얇은 겉칠일 뿐이라는 것이다.[1]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어떤 능력을 기계로 재현하는 어려움은 그 능력이 동물에서 진화해 온 시간에 대략 비례한다.
  • 가장 오래된 능력(지각, 운동, 주의, 사회적 판단)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므로 사람에게는 쉬워 보인다.
  • 수학, 공학, 논리처럼 최근에 생긴 능력은 뇌가 그 일에 최적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에게 어렵게 느껴지지만, 기계로 구현하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딥 러닝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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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딥 러닝은 이미지 인식과 음성 인식 같은 지각 문제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고, 텍스트로 된 이미지 CAPTCHA는 기계가 풀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로봇이 처음 보는 집에서 빨래를 개거나 물건을 정리하는 일 같은 물리적 조작은 여전히 어렵다. 2020년대에는 대형 언어 모델이 시험 문제와 코딩에서 높은 성적을 내는 데 비해 로봇 조작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발전하자, 모라벡의 역설이 다시 자주 언급되며 월드 모델이나 비전-언어-행동 모델 같은 연구의 동기로 거론된다.

앨런 뉴얼은 1983년 AI 역사에 관한 글에서 이런 관점을 '신화'로 보았다.[5] 컴퓨터과학자 아르빈드 나라야난은 2026년 글에서 모라벡의 역설이 경험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으며, 어떤 문제가 AI에 쉽거나 어려울지를 예측하기보다는 AI 연구계가 어떤 문제를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 왔는지를 반영하는 선택 효과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화론적 설명도 추측에 가깝고, 이 역설에 기댄 사고가 초지능에 대한 과도한 경계와 로봇공학에 대한 잘못된 안심을 함께 부추겼다고 지적했다.[6]

  1. ↑ 1.0 1.1 H. Moravec, Mind Children: The Future of Robot and Human Intelligence, Harvard University Press, 1988, p. 15.
  2. ↑ M. Minsky, The Society of Mind, Simon and Schuster, 1986.
  3. ↑ S. Pinker, The Language Instinct, William Morrow, 1994.
  4. ↑ R. Brooks, Flesh and Machines: How Robots Will Change Us, Pantheon Books, 2002.
  5. ↑ A. Newell, 〈Intellectual issues in the history of artificial intelligence〉, F. Machlup, U. Mansfield (eds.), The Study of Information, Wiley, 1983, pp. 187~294.
  6. ↑ A. Narayanan, Fact checking Moravec's paradox, AI as Normal Technology, 202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