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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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無窮無盡)은 끝이 없고 다함이 없음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순서를 바꾼 ‘무진무궁(無盡無窮)’도 같은 말이다.[1]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며, 글자 뜻 그대로 굳은 말이다. 한문 불전에서 일찍부터 쓰였다. 서진(西晉) 때 축법호(竺法護)가 옮긴 《불설해룡왕경(佛說海龍王經)》에는 보살이 지니는 다함 없는 곳간을 늘어놓으며 “또 네 가지 무궁무진한 곳간이 있으니(復有四無窮無盡之藏)”라는 구절이 있고,[5] 구마라집이 옮긴 《대지도론》에도 “법을 설하여 교화함이 무궁무진한 것을 요설무애(樂說無礙)라 한다(有所說法教化無窮無盡,是名樂說無礙)”는 대목이 있다.[6] 당 초기 이순풍(李淳風)의 천문서 《을사점(乙巳占)》 서문에도 “무궁무진하니 성인의 도가 갖추어졌다(無窮無盡,聖人之道備矣)”라는 구절이 보인다.[7]
문학 작품의 용례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북송 안수(晏殊, 991~1055)의 사(詞) 〈답사행(踏莎行)〉이다. 송별연이 끝나고 떠난 사람을 그리는 노래로, 마지막 구절이 이렇다.
無窮無盡是離愁,天涯地角尋思遍。
끝없고 다함없는 것은 이별의 시름이라, 하늘 끝 땅 끝까지 그리움이 두루 미치네.
대만 《성어전》은 이 사와 《서유기》 제40회의 “서천 가는 길은 끝도 없으니 언제 도착할 수 있겠는가(那西天路無窮無盡,幾時能到得)”를 용례로 든다.[3] 나무위키 등에는 이 말의 출전을 구양수(歐陽脩)의 〈답사행〉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 구절은 안수의 작품이다. 구양수의 〈답사행〉(候館梅殘)에도 “이별의 시름은 멀어질수록 끝이 없어, 아득히 끊이지 않음이 봄물 같다(離愁漸遠漸無窮,迢迢不斷如春水)”라는 비슷한 구절이 있어 혼동된 것으로 보인다.[9] 또한 불전과 당대 문헌에 더 이른 용례가 있으므로 이 사를 출전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 문헌에서는 16세기 성리학자의 글에 보인다. 이항(李恒, 1499~1576)은 노수신에게 보낸 편지에서 “무릇 도리는 무궁무진하다(大凡道理無窮無盡)”고 했고,[10] 이황(李滉)은 1568년 선조에게 올린 〈무진육조소(戊辰六條疏)〉에서 “자식 된 직분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하니, 어찌 내가 어버이를 섬기는 것이 이미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人子職分之所當爲者,無窮無盡,豈可謂吾之事親已足)”라고 했다.[11] 근대 사전에도 일찍 올랐다. 게일(J. S. Gale)의 《한영자전》(1911)에 ‘무궁무진하다’가 실렸고, 조선총독부 《조선어사전》(1920)은 ‘무궁무진(無窮無盡)’을 표제어로 올리며 ‘무궁(無窮)’과 ‘무진(無盡)’을 그 줄임말로 풀었다.[12]
- 《조선왕조실록》 원문에서는 ‘無窮無盡’이 한 건도 검색되지 않는다. 국역문에는 ‘무궁무진’이 5건 나오지만 번역자가 원문의 다른 표현을 풀어 쓴 것이다. 예를 들어 1462년(세조 8년) 기사의 국역 “인재(人才)가 무궁무진(無窮無盡)한데”는 원문이 “人才無窮”이다.[13] 문집에서는 흔히 쓰였지만 실록의 원문에는 오르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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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무궁무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AC%B4%EA%B6%81%EB%AC%B4%EC%A7%84, 확인날짜=2026-10-11.
-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무궁무진하다”·“무궁무진히”,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focus_name=query&query=%EB%AC%B4%EA%B6%81%EB%AC%B4%EC%A7%84, 확인날짜=2026-10-11.
- ↑ 3.0 3.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無窮無盡”,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8733, 확인날짜=2026-10-11.
- ↑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 “無尽蔵”,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84%A1%E5%B0%BD%E8%94%B5, 확인날짜=2026-10-11.
- ↑ 축법호 역, 《불설해룡왕경(佛說海龍王經)》 권2, 대정신수대장경 T0598, CBETA, https://cbetaonline.dila.edu.tw/, 확인날짜=2026-10-11.
- ↑ 용수 저·구마라집 역, 《대지도론(大智度論)》 권85, 대정신수대장경 T1509, CBETA, https://cbetaonline.dila.edu.tw/, 확인날짜=2026-10-11.
- ↑ 이순풍, 《을사점(乙巳占)》 서(序).
- ↑ 안수, 《주옥사(珠玉詞)》 〈답사행(踏莎行)〉 “祖席離歌”.
- ↑ 구양수, 《구양문충공문집(歐陽文忠公文集)》 〈근체악부(近體樂府)〉 권1 〈답사행(踏莎行)〉 “候館梅殘”.
- ↑ 이항, 《일재집(一齋集)》 〈여노과회서(與盧寡悔書)〉,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자료ID ITKC_MO_0142A_0020_020_0110,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11.
- ↑ 이황, 《퇴계집(退溪集)》 〈무진육조소(戊辰六條疏)〉,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자료ID ITKC_MO_0144A_0060_020_0050,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11.
- ↑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컬렉션: ジエ・エス・ゲール 編, 《韓英字典》(1911); 朝鮮総督府 編, 《朝鮮語辞典》(1920), https://dl.ndl.go.jp/, 확인날짜=2026-10-11.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세조실록》 29권, 세조 8년 9월 5일 병신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ga_10809005_001, 확인날짜=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