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안일
더 많은 작업
무사안일(無事安逸)은 큰 탈이 없이 편안하고 한가로움, 또는 그런 상태만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무사(無事)’는 별다른 일이나 탈이 없음을, ‘안일(安逸)’은 편안하고 한가로움을 뜻한다. 글자대로는 ‘아무 일 없이 편안함’이라는 중립적인 말이지만, 오늘날에는 주로 둘째 뜻으로 써서, 문제가 생길 것을 알면서도 대비하지 않거나 맡은 일을 적극적으로 처리하지 않는 태도를 비판할 때 쓴다. 특히 공직 사회나 큰 조직의 소극적인 업무 태도를 가리켜 “무사안일에 빠졌다”, “무사안일한 행정”처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런 태도나 경향을 ‘무사안일주의(無事安逸主義)’라고도 한다.[2]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는 이 네 글자를 성어로 쓰지 않는다. 일본어에서는 비슷한 태도를 ‘고토나카레주의(事勿れ主義)’라 하는데, 말썽 없이 평온하게 지나가기만 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태도나 생각을 뜻한다.[3]
특정한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중국 문헌에서 네 글자가 이어져 나오는 대목으로는 당나라 문종(文宗) 때의 대화가 있다. 문종이 관리들이 하루라도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된다며, 향로도 처음에는 화려하지만 오래 쓰면 빛을 잃으니 손질해야 한다고 말하자, 신하가 근래 관리들이 직무를 돌보지 않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此本因治平,人人無事,安逸所致。
“이는 본래 세상이 태평하여 사람마다 일이 없고 편안하게 지낸 탓입니다.” 《구당서》는 이 말을 재상 이석(李石)의 말로 적었고, 《신당서(新唐書)》 권165 〈정담전〉은 같은 취지의 말(“此本於治平,人人無事,安逸致然”)을 정담(鄭覃)의 말로 적었다.[5] 여기서는 ‘無事’와 ‘安逸’이 각각 따로 풀이되는 구절이지만, ‘태평한 세월에 일이 없어 관리들이 해이해졌다’는 뜻은 오늘날의 ‘무사안일’과 잘 통한다.
네 글자를 한 덩어리로 쓴 이른 예는 《조선왕조실록》에 있다. 1443년(세종 25) 8월 2일 형조 판서 안숭선(安崇善)은 상소에서, 임금의 수라를 맡은 사옹방(司饔房)이 궐내 손님 접대까지 떠맡는 것은 옛 제도에 어긋난다고 하면서 내자시(內資寺)와 내섬시(內贍寺)에 그 일을 나누어 맡기자고 했다. 그 근거로 두 관청의 노비들이 “본래 여러 잡무를 면제받아 무사안일하다(曾除庶務,無事安逸)”라고 했다. 세종은 이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6] 같은 상소 첫머리에는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잊지 않고, 어지러워지기 전에 다스린다(安不忘危,制治未亂)”라는 말도 나온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서 ‘無事安逸’은 이 한 건뿐이며, 《승정원일기》와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서도 검색되지 않는다. 반면 한국고전종합DB 번역문에는 ‘무사안일’이 여러 차례 나오는데, 이는 번역자가 쓴 말이다.
- 경보가 몇 달째 울렸는데도 “아직 사고는 없었다”며 패치를 미룬 것은 전형적인 무사안일이었다.
- 감사원은 민원을 장기간 방치한 담당 부서의 무사안일한 업무 처리를 지적했다.
- 오랜 독점에 기대어 무사안일하게 지내던 회사는 경쟁사가 등장하자 금세 시장을 잃었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무사안일”,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AC%B4%EC%82%AC%EC%95%88%EC%9D%BC, 확인날짜=2026-10-01.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무사안일주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AC%B4%EC%82%AC%EC%95%88%EC%9D%BC%EC%A3%BC%EC%9D%98, 확인날짜=2026-10-01.
- ↑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 “事勿れ主義”,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4%BA%8B%E5%8B%BF%E3%82%8C%E4%B8%BB%E7%BE%A9, 확인날짜=2026-10-01.
- ↑ 《구당서(舊唐書)》 권173 〈정담전(鄭覃傳)〉.
- ↑ 구양수(歐陽脩)·송기(宋祁), 《신당서(新唐書)》 권165 〈정담전(鄭覃傳)〉.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101권, 세종 25년 8월 2일 4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da_12508002_004, 확인날짜=2026-10-01.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복지부동”,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B3%B5%EC%A7%80%EB%B6%80%EB%8F%99, 확인날짜=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