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강병
더 많은 작업
부국강병(富國強兵)은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고 군대를 강하게 함, 또는 그렇게 된 나라나 군대를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强’을 이체자로 써서 富國强兵이라고도 적는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함께 길러 나라의 힘을 키우는 정책이나 그 목표를 가리킨다. 중국 전국 시대 여러 나라가 변법(變法)을 통해 추구한 국가 목표를 요약하는 말로 쓰였고, 조선에서는 국방과 재정을 논할 때, 근대 일본에서는 메이지 정부의 국가 구호로 널리 쓰였다. 오늘날 한국어에서는 “부국강병을 꾀하다”, “부국강병책”처럼 쓴다.
중국어에서도 ‘富國強兵(fù guó qiáng bīng)’이라고 하며,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나라가 부유하고 군사력이 강대함’으로 풀이한다.[2] 일본어에서는 ‘富国強兵(ふこくきょうへい)’라고 하며, 줄여서 ‘富強(ふきょう)’이라고도 한다.[3]
네 글자가 한데 나오는 이른 예는 진(秦)나라의 변법을 이끈 상앙(商鞅)의 이름으로 전하는 《상군서(商君書)》 〈일언(壹言)〉이다.[4]
夫聖人之治國也,能摶力,能殺力。……故治國者,其摶力也,以富國彊兵也;其殺力也,以事敵勸農也。
“무릇 성인이 나라를 다스릴 때에는 백성의 힘을 모을 줄도 알고 덜어 쓸 줄도 안다. …… 그러므로 나라를 다스리는 자가 힘을 모으는 것은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군대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이고, 힘을 덜어 쓰는 것은 적을 치고 농사를 권하기 위해서이다.”[4] 백성의 힘을 농사와 전쟁 두 가지에 모아야 한다는 법가의 ‘농전(農戰)’ 사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전국책》 〈진책(秦策)〉에는 진 혜왕(惠王) 앞에서 촉(蜀)을 칠지 한(韓)을 칠지 논쟁할 때 장수 사마조(司馬錯)가 “나라를 부유하게 하려는 자는 그 땅을 넓히는 데 힘쓰고, 군대를 강하게 하려는 자는 그 백성을 부유하게 하는 데 힘쓰며, 왕이 되려는 자는 그 덕을 넓히는 데 힘쓴다(欲富國者,務廣其地;欲強兵者,務富其民;欲王者,務博其德)”고 한 말이 있다.[5] 흔히 부국강병의 용례로 소개되지만, 이 대목에서는 ‘부국’과 ‘강병’이 따로 떨어져 나온다.
사마천의 《사기》는 춘추 시대 제나라의 관중(管仲)과 전국 시대 진나라의 상앙이 이룬 일을 이 말로 요약했다.
- 〈관안열전(管晏列傳)〉: “관중이 정사를 맡아 제나라의 재상이 되자, 바닷가의 작은 제나라에서 재화를 유통하고 재물을 쌓아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군대를 강하게 했으며, 백성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함께했다(通貨積財,富國彊兵,與俗同好惡).”[6]
- 〈맹자순경열전(孟子荀卿列傳)〉: “그때 진나라는 상군을 써서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군대를 강하게 했다(秦用商君,富國彊兵).” 사마천은 이런 시대에 맹자가 요·순과 삼대의 덕을 말했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7]
이처럼 부국강병은 일찍부터 법가와 패도(霸道)를 대표하는 말이었고, 왕도(王道)를 내세운 유가에서는 경계하는 뜻으로도 썼다.
《일본국어대사전》은 일본어의 첫 용례로 다자이 슌다이(太宰春台)의 《경제록(経済録)》(1729)에서 “부국강병을 패자(覇者)의 술법이라 하는 것은 후세 썩은 유학자들의 망령된 말이다”라고 한 대목을 든다.[3] 《일본대백과전서》에 따르면 18세기 말 이후 서양 열강의 진출에 대한 위기의식 속에서 해방론(海防論)과 함께 부국강병론이 나왔고, 막부와 번의 개혁에서도 구호로 쓰였으며, 메이지 유신 이후에는 국가 정책으로 체계화되었다. 이때 ‘부국’은 산업을 보호·육성하는 식산흥업(殖産興業), ‘강병’은 징병령과 근대 군제에 따른 육해군 건설을 뜻했다.[3]
- 조선 후기 실학자들은 부국강병의 길을 농업과 상공업의 진흥에서 찾았다.
- 반도체와 사이버 보안 역량을 함께 키우자는 주장은 오늘날의 부국강병론이라 할 만하다.
- 법가는 부국강병을 위해 백성의 힘을 농사와 전쟁에 모아야 한다고 보았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부국강병”,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B6%80%EA%B5%AD%EA%B0%95%EB%B3%91, 확인날짜=2026-10-01.
- ↑ 2.0 2.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수정본 참고 자료 “富國強兵”,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773, 확인날짜=2026-10-01.
- ↑ 3.0 3.1 3.2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일본대백과전서(日本大百科全書)》, “富国強兵”,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AF%8C%E5%9B%BD%E5%BC%B7%E5%85%B5, 확인날짜=2026-10-01.
- ↑ 4.0 4.1 《상군서(商君書)》 〈일언(壹言)〉.
- ↑ 《전국책(戰國策)》 〈진책 1(秦策一)〉 ‘사마조여장의쟁론어진혜왕전(司馬錯與張儀爭論於秦惠王前)’.
- ↑ 사마천, 《사기》 권62 〈관안열전(管晏列傳)〉.
- ↑ 사마천, 《사기》 권74 〈맹자순경열전(孟子荀卿列傳)〉.
- ↑ 진수(陳壽), 《삼국지(三國志)》 권58 〈오서(吳書)·육손전(陸遜傳)〉.
- ↑ 《구당서(舊唐書)》 권123 〈제오기전(第五琦傳)〉.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태조실록》 5권, 태조 3년 4월 19일 무자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aa_10304019_001, 확인날짜=2026-10-01.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富國强兵”,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