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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人身賣買, human trafficking)는 사람을 착취할 목적으로 폭력, 협박, 속임수, 약점 이용 같은 수단을 써서 모집하거나 옮기고, 숨기고, 넘겨주고, 넘겨받는 범죄다. 말 그대로 사람을 사고파는 행위뿐 아니라, 돈이 오가지 않더라도 착취를 위해 사람을 통제 아래 두고 옮기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착취의 형태는 성매매 강요와 성적 착취, 강제 노동, 노예 상태나 그와 비슷한 예속, 장기 적출 등이다. 현대판 노예제로 불리며, 국경을 넘는 경우도 있지만 한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본인의 동의를 받아 국경을 몰래 넘겨 주고 도착하면 관계가 끝나는 밀입국 알선(people smuggling)과는 구별하지만, 밀입국 과정에서 빚이나 협박으로 착취가 시작되면 인신매매로 바뀐다.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쓰는 정의는 2000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방지, 억제 및 처벌을 위한 의정서」(흔히 팔레르모 의정서) 제3조에 있다.[1] 이 정의는 세 요소로 이루어진다.

요소 내용
행위 사람의 모집, 운송, 이송, 은닉, 인수
수단 폭력이나 위협, 강압, 납치, 사기, 기망, 권력이나 취약한 처지의 남용, 피해자를 지배하는 사람에게 돈이나 이익을 주고 동의를 얻어내는 것
목적 착취. 최소한 타인의 성매매나 그 밖의 성적 착취, 강제 노동이나 용역, 노예 상태나 그와 비슷한 관행, 예속, 장기 적출을 포함한다.

위 수단이 쓰였다면 피해자가 착취에 동의했더라도 그 동의는 의미가 없다. 18세 미만 아동은 수단 요소가 없어도 착취를 목적으로 모집하거나 옮기기만 하면 인신매매가 된다.[1]

대한민국의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도 같은 틀을 따른다. 이 법은 성매매와 성적 착취, 노동력 착취, 장기적출 등을 목적으로 폭행·협박·위계·궁박한 상태 이용 같은 수단을 써서 사람을 모집, 운송, 전달, 은닉, 인계, 인수하는 것을 '인신매매등'으로 정의하며, 아동·청소년과 장애인은 수단 요소가 없어도 해당한다고 본다.[2]

종류 내용
성적 착취 일자리를 준다고 속여 데려온 뒤 여권을 빼앗고 성매매를 강요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빚을 갚아야 풀어 준다며 묶어 두는 경우가 많다.
강제 노동 농업, 어업, 건설, 제조업, 가사 노동 등에서 임금을 주지 않거나 이동을 막고 일을 시킨다. 빚을 핑계로 끝없이 일을 시키는 채무 노예(debt bondage)도 여기에 든다.
강제 결혼 돈을 받고 본인 뜻과 상관없이 결혼시키거나 신부로 팔아넘긴다.
아동 인신매매 아동을 성매매, 노동, 구걸, 불법 입양, 소년병 등에 쓰기 위해 데려가거나 거래한다.
장기 적출 강요하거나 속여서 장기, 주로 신장을 떼어 내 판다.
범죄 강요 사기, 마약 운반 같은 범죄를 시킨다. 2020년대 들어 동남아시아의 온라인 사기 조직이 고수익 일자리를 미끼로 외국인을 데려와 감금하고 사기를 시키는 사례가 늘었다.

인신매매는 드러나지 않는 범죄라 정확한 규모를 알기 어렵고, 기관마다 집계 기준이 다르다.

  •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이주기구(IOM), 워크프리(Walk Free)가 2022년 9월 낸 추정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현대판 노예 상태에 있는 사람은 약 5000만 명이다. 이 가운데 강제 노동이 2800만 명, 강제 결혼이 2200만 명이고, 2016년 추정치보다 약 1000만 명 늘었다. 강제 노동 피해자 가운데 아동은 330만 명이며, 강제 노동의 23%가 상업적 성 착취, 14%가 국가가 강요한 노동이다.[3]
  •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2024년 12월 낸 「2024 세계 인신매매 보고서」는 156개국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2022년에 적발된 피해자는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보다 25% 많았고, 적발된 피해자의 38%가 아동이었다. 아동 피해자는 2019년보다 31% 늘었다. 2022년 피해자의 국적은 최소 162개였고 128개국에서 적발되었다.[4]

국제 규범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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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무역 폐지 이후 국제 사회는 주로 여성과 아동의 매매를 막는 조약부터 만들었다. 20세기 초에는 '백인 노예 매매'(white slave traffic)라는 이름으로 유럽 여성을 성매매에 팔아넘기는 일을 다루었다가, 점차 모든 사람으로 대상을 넓혔다.

연도 조약·선언 내용
1904 백인 노예 매매 억제에 관한 국제 협정(파리) 성매매 목적의 여성 매매를 막기 위한 첫 다자 협정[5]
1910 백인 노예 매매 억제에 관한 국제 협약(파리) 1904년 협정을 보강[5]
1921 여성 및 아동 매매 금지 국제 협약(제네바) 국제연맹 시기 체결. 대상을 인종 구분 없이 여성과 아동으로 넓힘[5]
1933 성년 여성 매매 금지 국제 협약(제네바) 성인 여성의 매매를 본인 동의와 상관없이 처벌[5]
1948 세계 인권 선언 제4조에서 노예 상태와 예속을 금지하고 모든 형태의 노예제와 노예 매매를 금지[6]
1949 인신매매 및 타인의 성매매에 의한 착취 금지에 관한 협약 1949년 12월 2일 유엔 총회 승인, 1951년 7월 25일 발효. 대한민국은 1962년 2월 13일 가입[7]
2000 인신매매 방지 의정서(팔레르모 의정서) 2000년 11월 15일 채택, 2003년 12월 25일 발효. 처음으로 국제적으로 합의된 인신매매 정의를 담음[8]
2013 유엔 총회 결의 A/RES/68/192 7월 30일을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로 지정[9]

팔레르모 의정서의 당사국은 185개국이다.[8] 유엔 총회는 2010년 '인신매매 퇴치를 위한 세계 행동 계획'을 채택했고, 2013년 이 계획을 점검하는 고위급 회의에서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을 정했다.[9]

미국 국무부 인신매매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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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000년 제정한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TVPA)에 따라 2001년부터 해마다 국무부 「인신매매 보고서」(Trafficking in Persons Report, TIP 보고서)를 내고 각국을 등급으로 나눈다.[10] 등급은 인신매매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가 아니라, 정부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 기준을 얼마나 충족하고 노력하는지를 평가한 결과다.

등급 의미
1등급(Tier 1) 최소 기준을 완전히 충족
2등급(Tier 2)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지만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음
2등급 감시 대상(Tier 2 Watch List) 2등급 가운데 피해자 수가 많거나 늘고 있는데도 노력이 부족한 나라
3등급(Tier 3)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의미 있는 노력도 하지 않음

2024년 보고서는 188개 나라와 지역을 평가해 33곳을 1등급, 21곳을 3등급으로 분류했다. 북한, 중국, 러시아는 3등급, 일본은 2등급이었다.[11] 2025년 보고서에서 북한은 2003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3등급으로 분류되었다.[10] 이 등급 체계에는 미국의 정치·외교적 이해가 반영된다는 비판도 있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인신매매는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치안본부 집계에 따르면 1989년 한 해 인신매매 사건은 453건으로 1988년의 335건보다 35.2% 늘었고, 전국에 인신매매 조직 22개파 200여 명과 조직에 속하지 않은 매매꾼 5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예전에는 역이나 터미널에서 시골에서 올라온 소녀를 노렸지만, 이 무렵에는 취업을 미끼로 꾀거나 학교, 시장, 주택가에서 납치하는 등 수법이 넓어졌고, 해외여행 자유화 뒤로는 일본과 동남아시아의 유흥업소로 여성을 팔아넘기는 일도 생겼다.[12] 1990년 10월 노태우 정부가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인신매매는 뿌리 뽑아야 할 대상으로 꼽혔다.[12]

예전 형법은 추업(醜業)에 쓸 목적으로 부녀를 매매하거나 국외로 이송할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한 경우처럼 대상과 목적이 한정된 경우만 처벌했다. 2013년 4월 5일 형법을 개정해 제31장을 '약취, 유인 및 인신매매의 죄'로 고치고 제289조에 일반적인 인신매매죄를 두었다.[13]

형법 제289조 행위 법정형
제1항 사람을 매매 7년 이하의 징역
제2항 추행, 간음, 결혼, 영리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제3항 노동력 착취, 성매매와 성적 착취, 장기적출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제4항 국외 이송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하거나 매매된 사람을 국외로 이송 제3항과 같음

대한민국은 2000년 12월 13일 팔레르모 의정서에 서명했으나, 비준은 15년 가까이 미뤄져 2015년 11월 5일에야 이루어졌고[8] 같은 해 12월 5일부터 국내에 적용되었다.[14]

2023년 1월부터는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이 법은 인신매매의 정의와 피해자 식별, 보호, 지원을 정부 책임으로 정했지만 따로 처벌 조항을 두지 않아, 실제 처벌은 형법, 성매매처벌법, 청소년성보호법 같은 개별 법률에 기대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2023년 3월 27일 '제1차 인신매매등 방지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하고 피해자 식별 지표와 상담 전화를 마련했다.[15]

TIP 보고서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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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2002년부터 1등급을 유지하다가 2022년 보고서에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2등급으로 내려갔다.[15] 2023년에도 2등급에 머물렀고, 2024년 보고서에서 3년 만에 1등급을 되찾았다.[11] 2025년 보고서에서도 1등급을 유지했지만, 어업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강제 노동이 퍼져 있는데도 기소된 사건이 적고,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 노동자의 근로 환경 감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10]

보고서 연도 대한민국 등급
2002~2021 1등급
2022 2등급
2023 2등급
2024 1등급
2025 1등급

염전 강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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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 일대 염전에서는 지적장애인이나 노숙인을 데려와 임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킨 사건이 되풀이해 드러났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2025년 4월 2일 국내 최대 염전인 태평염전의 천일염에 대해 강제 노동이 의심된다며 미국 내 반입을 막는 인도보류명령(WRO)을 내렸다. 태평염전은 2014년과 2021년에도 강제 노동 의혹을 받았고, 외국 정부가 강제 노동을 이유로 한국 기업 제품의 수입을 막은 것은 처음이었다.[16]

인신매매 대응은 흔히 예방(prevention), 피해자 보호(protection), 처벌(prosecution)의 '3P'로 나눈다.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는 조약 비준과 국내법 정비, 피해자 식별 지표 보급, 쉼터와 법률 지원, 국경 간 수사 공조 같은 활동을 한다. 미국은 강제 노동으로 만든 물품의 수입을 막는 무역 규제도 쓰는데, 앞서 본 태평염전 인도보류명령이 그 예다.[16]

인신매매 통계는 비밀리에 벌어지는 범죄를 추정한 것이어서 방법론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있고, 성매매 단속을 인신매매 대응과 같은 것으로 보는 접근이 이주 노동자와 성 노동자를 오히려 위험하게 만든다는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 뮤터니: 억만장자 해운업자의 경호원 콜 리드가 화물선 아르테미스호에 몰래 올랐다가, 이 배에서 인신매매가 벌어지고 있고 선원들까지 가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 ↑ 1.0 1.1 United Nations Convention against Transnational Organized Crime and the Protocols Thereto, UNODC, 2026-10-11 확인.
  2. ↑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11 확인.
  3. ↑ 50 million people worldwide in modern slavery, 국제노동기구, 2022-09-12.
  4. ↑ UNODC global report on human trafficking: 25 per cent increase of detected victims and more children being exploited, 유엔지역정보센터(UNRIC), 2024-12-11.
  5. ↑ 5.0 5.1 5.2 5.3 Chapter VII: Traffic in Persons, 유엔 조약 컬렉션, 2026-10-11 확인.
  6. ↑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국제연합, 2026-10-11 확인.
  7. ↑ Convention for the Suppression of the Traffic in Persons and of the Exploitation of the Prostitution of Others, 유엔 조약 컬렉션, 2026-10-11 확인.
  8. ↑ 8.0 8.1 8.2 Protocol to Prevent, Suppress and Punish Trafficking in Persons, Especially Women and Children, 유엔 조약 컬렉션, 2026-10-11 확인.
  9. ↑ 9.0 9.1 World Day against Trafficking in Persons: Background, 국제연합, 2026-10-11 확인.
  10. ↑ 10.0 10.1 10.2 미국, 북한 최악 인신매매국 지정…2003년부터 23년 연속, 헤럴드경제(LA), 2025-09-29.
  11. ↑ 11.0 11.1 美, 3년만에 韓 인신매매대응 최상위등급 복귀, 매일신문, 2024-06-25.
  12. ↑ 12.0 12.1 「범죄와의 전쟁」 이기는 길을 찾는다(질서있는 사회로:4), 서울신문, 1990-10-19.
  13. ↑ 형법 제289조(인신매매),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11 확인.
  14. ↑ 국제연합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 협약을 보충하는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방지, 억제 및 처벌을 위한 의정서, 국가인권위원회 유엔인권정보, 2026-10-11 확인.
  15. ↑ 15.0 15.1 미국처럼 '성 착취'도 인신매매로 본다…처벌책 미비엔 비판도, 이투데이, 2023-03-27.
  16. ↑ 16.0 16.1 US blocks sea salt imports from South Korean salt farm over forced labor concerns, AP 통신(보스턴 글로브 게재), 202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