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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비하(自己卑下)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낮추어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여기거나 깎아내림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에는 한 단어로 올라 있지 않고, ‘자기(自己)’와 ‘자기 자신을 낮춤’을 뜻하는 ‘비하(卑下)’가 이어진 말이다.[1] 사전 규범대로라면 ‘자기 비하’로 띄어 쓰지만, 실제로는 붙여 쓴 형태도 흔하다.

“지나친 자기 비하는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자기 비하적 농담”, “자기 비하에 빠지다”처럼 쓴다. 겸손과 비슷해 보이지만, 겸손이 남을 높이려고 자기를 낮추는 태도라면 자기비하는 자기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보고 스스로를 업신여기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대개 부정적인 뜻으로 쓰고, 고쳐야 할 마음 상태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로는 ‘self-deprecation’ 또는 ‘self-deprecating’이 가장 가까운데, 케임브리지 사전은 self-deprecating을 “자기 자신이나 자기 능력, 성취를 덜 중요해 보이게 하려는”으로 풀이한다.[2]

‘비하(卑下)’는 오늘날 남을 깎아내리는 뜻(여성 비하, 지역 비하)으로 더 자주 쓰여서, 자기를 낮출 때는 앞에 ‘자기’를 붙여 구별한다. 우리말샘은 비하의 뜻으로 ‘자기 자신을 낮춤’, ‘업신여겨 낮춤’, ‘지위가 낮음’, ‘지대가 낮음’을 차례로 싣는다.[3]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自 자 스스로 자기
己 기 몸, 자기 자기
卑 비 낮다, 천하다 낮춤, 업신여김
下 하 아래 아래로 내림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며, 근대에 학술어로 굳은 말로 보인다.

‘비하(卑下)’의 옛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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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卑下’는 원래 ‘자기를 낮추어 남을 대함’, 곧 겸손하게 처신한다는 좋은 뜻이었다. 《사기》 〈위기·무안후 열전〉은 무안후 전분(田蚡)이 재상 자리를 노리면서 “빈객에게 몸을 낮추고, 집에 있는 명사들을 불러 높여 주었다(卑下賓客,進名士家居者貴之)”고 적는다.[4]

일본어 ‘卑下(ひげ)’도 같은 길을 걸었다.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은 ① 자기를 낮추고 천하게 여김, 겸손함의 첫 용례로 헤이안 시대 《우쓰보 이야기》를, ② 남을 업신여겨 내려다봄의 첫 용례로 나카무라 마사나오가 옮긴 《서국입지편(西国立志編)》(1870~71)을 들고, 중국 문헌으로 《사기》 〈무안후전〉을 든다.[5]

네 글자 ‘自己卑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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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己卑下’라는 네 글자는 중국 고전과 《조선왕조실록》·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서 찾을 수 없다. 대신 메이지 말~다이쇼 시기 일본의 심리학·철학 책에서 확인된다.

  • 1905년 이가 고마키치로(伊賀駒吉郎)의 《심리학원론(心理学原論)》은 숭고미의 감정을 설명하면서 “자기비하가 일어나려면 [대상이] 커야 하고, 자기 고양이 일어나려면 아름다워야 한다(自己卑下の起る爲には大なることを要し自己揚昂の起る爲めには美なることを要す)”고 썼다.[6]
  • 1915년 가네코 우마지(金子馬治)가 옮긴 니체의 《선악의 저편》에는 “고해 신부와 교회에서 배우는 자기비판과 자기비하(自己批判と自己卑下)”라는 구절이 있다.[7]
  • 1919년 요네다 쇼타로(米田庄太郎)는 ‘자기비하의 본능’에 영어 ‘Self-Abasement’를 나란히 적었다.[8]

이처럼 서양 심리학·철학 개념을 옮기는 과정에서 ‘卑下’에 ‘自己’를 붙인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에 언제 들어왔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자기비하’와 ‘자학(自虐)’은 비슷한 자리에 쓰이지만 같은 말은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자학은 “자기를 스스로 학대함”이다.[9] 자기비하가 자기 가치를 낮추어 보는 ‘평가’라면, 자학은 자기를 괴롭히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자학 개그”처럼 겹쳐 쓰이는 경우도 있다.

  • 코드 리뷰에서 지적을 받았다고 “나는 개발자 자질이 없다”며 자기비하에 빠질 필요는 없다.
  • 그는 발표를 시작하며 자기 비하적인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었다.
  • 지나친 겸손은 듣는 사람에게 자기비하로 들릴 수도 있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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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하(卑下): 자기 자신을 낮춤. 또는 업신여겨 낮춤.
  • 자학(自虐): 자기를 스스로 학대함.
  • 자격지심(自激之心):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
  • 자포자기(自暴自棄): 절망에 빠져 자신을 스스로 포기하고 돌아보지 아니함.
  • 반대되는 말: 자화자찬(自畫自讚), 자신만만(自信滿滿), 기고만장(氣高萬丈).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비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B9%84%ED%95%98, 확인날짜=2026-10-12.
  2. ↑ Cambridge Dictionary, “self-deprecating”, https://dictionary.cambridge.org/dictionary/english/self-deprecating, 확인날짜=2026-10-12.
  3.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비하”,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query=%EB%B9%84%ED%95%98, 확인날짜=2026-10-12.
  4. ↑ 사마천, 《사기》 권107 〈위기·무안후 열전(魏其武安侯列傳)〉.
  5. ↑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卑下”,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D%91%E4%B8%8B, 확인날짜=2026-10-12.
  6. ↑ 이가 고마키치로(伊賀駒吉郎), 《心理学原論》 하권, 宝文館, 1905,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https://dl.ndl.go.jp/pid/759746, 확인날짜=2026-10-12.
  7. ↑ 프리드리히 니체, 가네코 우마지(金子馬治) 역, 《悲劇の出生・善悪の彼岸》, 早稲田大学出版部, 1915,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https://dl.ndl.go.jp/pid/950199, 확인날짜=2026-10-12.
  8. ↑ 요네다 쇼타로(米田庄太郎), 《現代人心理と現代文明》, 弘文堂書房, 1919,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https://dl.ndl.go.jp/pid/961653, 확인날짜=2026-10-12.
  9.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자학”,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E%90%ED%95%99, 확인날짜=202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