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재민
더 많은 작업
주권재민(主權在民)은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국민주권(國民主權)의 원리를 네 글자로 줄여 이르는 말이다.
나라의 일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힘이 임금이나 특정 집단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있다는 근대 헌법의 기본 원리를 가리킨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정치』 분야의 말로 싣고 있으며,[1] 같은 원리를 ‘국민 주권’이라는 표제어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으로서, 국민이 대의 기관을 통하거나 직접적으로 입법 및 그 밖의 국정 사항을 결정하는 권력”이라고 풀이한다.[2] 선거, 국민 투표, 헌법 개정처럼 국민이 직접 주권을 행사하는 장면이나, 권력이 국민의 뜻을 거스를 때 이를 비판하는 맥락에서 많이 쓴다.
일본어에서도 ‘主権在民(しゅけんざいみん)’이라 하며, 《일본대백과전서》는 군주 주권설·천황 주권설에 맞서는 말로 ‘국민주권’과 같은 뜻이라고 설명한다.[3] 중국어(타이완 포함)에서도 ‘主權在民’을 쓴다.
옛 고전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서양 근대 정치사상의 ‘국민주권(popular sovereignty)’을 한자로 옮기면서 생긴 근대어이다. 《세계대백과사전》은 국민주권을 “주권이 군주나 의회가 아니라 국민에게 있다고 하는 근대의 헌법 원리”로 설명하고, 이를 ‘주권재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적는다.[3] 《조선왕조실록》과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는 ‘主權在民’이 한 건도 없다.[4]
일본에서는 1880년대 독일 국가학을 소개하는 책에 이 말이 보인다. 1883년 독일학협회(獨逸學協會)가 펴낸 헤르만 뢰슬러(Hermann Roesler)의 강연록에는 “인민은 혁명할 권리가 있다는 설, 주권재민(主權在民)…” 하는 식으로 이 말이 비판 대상인 학설의 이름으로 나오고,[5] 1884년의 프랑스 법학 번역서에는 ‘주권재민설(主權在民說)’이라는 말이 나온다.[6] 《일본국어대사전》이 첫 용례로 드는 것은 훨씬 늦은 1950년 다카타 다모쓰(高田保)의 수필로, “기권을 하면 주권재민의 신헌법을 죽이는 것이 됩니다”라는 문장이다.[3] 1946년 공포된 일본국 헌법은 전문에서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선언”했다.[3]
중국에서는 1912년 3월 11일 공포된 《중화민국 임시약법(中華民國臨時約法)》 제2조가 “중화민국의 주권은 국민 전체에 속한다(中華民國之主權屬於國民全體)”고 규정했다.[7] 쑨원(孫文)은 1922년 〈중화민국 건설의 기초(中華民國建設之基礎)〉에서 “무릇 주권재민의 규정은 결코 빈 글이 아니다(夫主權在民之規定,決非空文而已)”라며, 약법의 이 조항을 ‘주권재민’이라는 네 글자로 불렀다.[8] 이후 1920년대 군벌의 통전에서도 “공화 국가는 주권재민(共和國家,主權在民)” 같은 구호가 되풀이되었다. 타이완의 사법원 대법관 해석은 오늘날에도 《중화민국 헌법》 제2조를 “주권재민의 규정”이라 부른다.[9]
한국 헌법사에서 주권의 소재를 처음 밝힌 것은 1919년 9월 11일 공포된 《대한민국 임시헌법》으로, 제2조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대한 인민 전체에 있다(大韓民國의 主權은 大韓人民 全體에 在함)고 정했다.[10] 같은 해 4월의 《대한민국 임시헌장》에는 ‘주권’이라는 말이 없었다.
1948년 제헌 헌법은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 이어 제2조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두었다.[11] 이 조문은 1962년 제5차 개헌(헌법 제6호, 1962년 12월 26일 전부개정)에서 제1조 제2항으로 옮겨져 제1조 제1항의 민주공화국 규정과 한 조를 이루게 되었고,[12] 현행 헌법(1987)에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이어진다.[13] 헌법 조문 자체에는 ‘주권재민’이라는 네 글자가 없고, 이 조항의 원리를 요약해 부르는 말로 쓰인다.
- 민본(民本) 사상과의 차이: 《맹자》의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民爲貴,社稷次之,君爲輕)”처럼[14] 동아시아에도 백성을 나라의 근본으로 보는 생각은 오래되었다. 그러나 민본 사상은 임금이 백성을 위해 다스려야 한다는 통치자의 도리이고, 주권재민은 다스리는 권력 자체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원리라는 점에서 다르다.
- 주권재민의 원칙에 따라,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하는 제도는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법률로 정해야 한다.
- 투표는 주권재민을 가장 직접 실현하는 방법이다.
- 헌법 제1조 제2항은 주권재민의 원리를 밝힌 조항이다.
- 국민 주권(國民主權):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원리.
- 민유방본(民惟邦本):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말. 《서경》 〈오자지가(五子之歌)〉의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편안하다(民惟邦本,本固邦寧)”에서 나왔다.
- 군주 주권(君主主權): 주권이 군주에게 있다는 생각. 주권재민의 반대.
-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주권재민”,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3%BC%EA%B6%8C%EC%9E%AC%EB%AF%BC, 확인날짜=2026-10-12.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국민 주권”,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5%AD%EB%AF%BC%EC%A3%BC%EA%B6%8C, 확인날짜=2026-10-12.
- ↑ 3.0 3.1 3.2 3.3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일본대백과전서(日本大百科全書)》·《세계대백과사전(世界大百科事典)》, “主権在民”,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4%B8%BB%E6%A8%A9%E5%9C%A8%E6%B0%91, 확인날짜=2026-10-12.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主權在民”, https://sillok.history.go.kr/,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원문 검색 “主權在民”,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12.
- ↑ リョースレル 述, 荒川邦蔵 記, 《独逸学ノ利害及国家ニ対スルノ得失》, 独逸学協会, 1883,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https://dl.ndl.go.jp/pid/783533, 확인날짜=2026-10-12.
- ↑ ベリーム 著, 井上正一·高木豊三 訳, 《仏国法理論》, 1884,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https://dl.ndl.go.jp/pid/785955, 확인날짜=2026-10-12.
- ↑ 《중화민국 임시약법(中華民國臨時約法)》 제2조, 《임시정부공보(臨時政府公報)》 제35호, 1912년 3월 11일.
- ↑ 쑨원(孫文), 〈중화민국건설지기초(中華民國建設之基礎)〉, 1922, 《국부전집(國父全集)》 제2책.
- ↑ 중화민국 사법원, 석자(釋字) 제387호 해석, 1995.
- ↑ 참고: 이승선, “[열린세상] 임시정부의 임시헌법과 ‘무진기행’”, 《서울신문》, 2021년 7월 28일, https://m.seoul.co.kr/news/2021/07/28/20210728030005, 확인날짜=2026-10-12.
- ↑ 대한민국헌법 [시행 1948. 7. 17.] [헌법 제1호, 1948. 7. 17., 제정] 제2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LSW/lsInfoR.do?lsiSeq=53081&ancYd=19480717&ancNo=00001&efYd=19480717&nwJoYnInfo=N&efGubun=Y&chrClsCd=010202&ancYnChk=0, 확인날짜=2026-10-12.
- ↑ 대한민국헌법 [시행 1963. 12. 17.] [헌법 제6호, 1962. 12. 26., 전부개정] 제1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LSW/lsInfoR.do?lsiSeq=53191&ancYd=19621226&ancNo=00006&efYd=19631217&nwJoYnInfo=N&efGubun=Y&chrClsCd=010202&ancYnChk=0, 확인날짜=2026-10-12.
- ↑ 대한민국헌법 [시행 1988. 2. 25.] [헌법 제10호, 1987. 10. 29., 전부개정] 제1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법령/대한민국헌법/제1조, 확인날짜=2026-10-12.
- ↑ 《맹자(孟子)》 〈진심 하(盡心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