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메뉴 여닫기
환경 설정 메뉴 여닫기
개인 메뉴 여닫기
로그인하지 않음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혹세무민(惑世誣民)은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미혹하게 하여 속임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그릇된 가르침이나 거짓 주장, 근거 없는 술수로 사람들을 홀려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을 비난할 때 쓴다. 오늘날에는 사이비 종교, 음모론, 허위 정보, 효과 없는 치료법을 내세운 상술 따위를 두고 “혹세무민하는 주장”, “혹세무민의 무리”처럼 말한다.

옛 한문에서는 주로 유학자가 불교·도교·민간 신앙이나 이단으로 여긴 사상을 배척할 때 쓰던 말이다. 중국어에서도 같은 한자로 쓴다.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惑 혹 미혹하다, 홀리다 현혹하다
世 세 세상, 대 세상 사람
誣 무 속이다, 없는 일을 꾸미다 속이다
民 민 백성 백성

‘誣’는 없는 사실을 꾸며 남을 속이거나 헐뜯는다는 뜻으로, ‘무고(誣告)’의 ‘무’와 같은 글자다.

《맹자》의 ‘사설무민’

편집 원본 편집

뿌리는 《맹자(孟子)》 〈등문공 하(滕文公下)〉에서 맹자가 양주(楊朱)와 묵적(墨翟)의 학설을 비판한 말이다. 맹자는 “양주와 묵적의 도가 그치지 않으면 공자의 도가 드러나지 못하니, 이는 그릇된 학설이 백성을 속이고 인의를 가로막는 것이다(是邪說誣民,充塞仁義也)”라고 했다.[2]

주희의 〈대학장구서〉

편집 원본 편집

‘惑世誣民’ 네 글자는 남송의 주희(朱熹)가 1189년에 쓴 〈대학장구서(大學章句序)〉에서 맹자의 말을 이어받아 쓴 대목이 잘 알려져 있다. 주희는 맹자가 죽은 뒤 대학의 도가 끊어지자 온갖 학설이 일어났다고 하면서 이렇게 썼다.

自是以來,俗儒記誦詞章之習,其功倍於小學而無用;異端虛無寂滅之敎,其高過於大學而無實。其它權謀術數,一切以就功名之說,與夫百家衆技之流,所以惑世誣民、充塞仁義者,又紛然雜出乎其閒。

[3]

“이로부터 속된 선비들의 외우고 글 짓는 공부는 공은 소학의 곱절이 들지만 쓸모가 없고, 이단의 허무와 적멸의 가르침은 대학보다 높은 척하지만 알맹이가 없었다. 그 밖에 권모술수로 오로지 공명을 이루려는 학설과 온갖 잡다한 기예의 무리가 세상을 미혹하고 백성을 속이며 인의를 가로막아 어지러이 뒤섞여 나왔다.” ‘허무’는 도교를, ‘적멸’은 불교를 가리킨다. 이 뒤로 성리학자들이 이단을 배척할 때 이 대목을 자주 끌어다 썼다.

나무위키 등에는 명나라 말 환관 유약우(劉若愚)의 《작중지(酌中志)》가 출전으로 소개되어 있으나, 이보다 400여 년 앞선 주희의 글에 이미 같은 네 글자가 있다. 순서를 바꾼 ‘무민혹세(誣民惑世)’도 남송 위료옹(魏了翁)의 글 등에 보인다.[4] 명나라 말에는 승려 우익 지욱(蕅益智旭)이 종시성(鍾始聲)이라는 이름으로 천주교를 비판한 《벽사집(闢邪集)》에서도 이 말을 썼다. 유학자가 불교를 칠 때 쓰던 말을 불교 쪽이 다른 종교를 칠 때 쓴 셈이다.[5]

한국에서의 쓰임

편집 원본 편집

조선은 성리학을 국가 이념으로 삼았으므로, 이 말은 불교·무속·천주교·동학처럼 성리학의 바깥에 있는 가르침을 공격하는 말로 자주 쓰였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63건이 있다.[6]

  • 불교 배척: 태종 12년(1412) 사간원은 상소에서 “부처란 임금과 신하를 버리고 아비와 자식도 없는 허황한 일로, 망령되이 응보의 설에 기대어 세상을 미혹하고 백성을 속이며 풍속을 해친다(妄托報應之說,惑世誣民,而傷風敗俗)”고 했다.[7] 문집에서도 윤상(尹祥)이 성균관의 이름으로 올린 〈성균관벽불소(成均館闢佛疏)〉에 이 말이 보인다.[8]
  • 천주교 탄압: 정조 15년(1791) 진산 사건 때 사헌부는 “천주학은 이치에 어긋난 외도로 혹세무민하는 것 가운데 가장 심한 것(天主學,卽一悖理之外道,而惑世誣民之最甚者)”이라 했다.[9] 고종 18년(1881)에 팔도에 내린 척사윤음(斥邪綸音)에도 “서양에서 온 한 가지 사교가 혹세무민하여 백성이 물든 지 이제 백여 년(一種邪敎,來自泰西,惑世誣民,民或染汙者,于今百許年矣)”이라는 말이 있다.[10]
  • 동학: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崔濟愚)가 1864년 대구 감영에서 혹세무민죄로 처형되었다고 적는다.[11] 《고종실록》의 해당 기사에는 이 네 글자 대신, 의정부가 동학을 “서양의 사술을 그대로 답습하고 이름만 바꾸어 어리석은 백성을 현혹한다(全襲西洋之術,而特移易名目,眩亂蚩蠢耳)”고 하며 최복술(崔福述, 최제우의 아명)을 효수하라고 청한 말이 실려 있다.[12]
  • 특정 음식만 먹으면 암이 낫는다는 영상은 환자들의 절박함을 이용한 혹세무민이다.
  •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해킹 공포 메시지를 퍼뜨려 보안 앱 결제를 유도하는 것도 일종의 혹세무민이다.
  • 종말 날짜를 예언하며 신도의 재산을 거둔 교주는 혹세무민의 죄로 비난받았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편집 원본 편집
  • 혹세도명(惑世盜名): 세상을 미혹해 명성을 훔침. 후한 서간(徐幹)의 《중론(中論)》에 나온다.[13]
  • 사설무민(邪說誣民): 그릇된 학설로 백성을 속임. 《맹자》.
  • 좌도난정(左道亂正): 그릇된 도로 바른 도를 어지럽힘.
  • 곡학아세(曲學阿世): 바른 길에서 벗어난 학문으로 세상에 아첨함.
  • 감언이설(甘言利說): 귀가 솔깃하도록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이로운 조건을 내세워 꾀는 말.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혹세무민”,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8%B9%EC%84%B8%EB%AC%B4%EB%AF%BC, 확인날짜=2026-10-01.
  2. ↑ 《맹자》 〈등문공 하(滕文公下)〉.
  3. ↑ 주희(朱熹), 〈대학장구서(大學章句序)〉, 《사서장구집주(四書章句集注)》.
  4. ↑ 위료옹(魏了翁), 《학산선생대전문집(鶴山先生大全文集)》 권15·권43.
  5. ↑ CBETA 중화전자불전협회 전문 검색 “惑世誣民”(《벽사집(闢邪集)》 등), https://cbetaonline.dila.edu.tw/, 확인날짜=2026-10-01.
  6.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惑世誣民”(63건),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01.
  7.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 24권, 태종 12년 10월 8일 경신 4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ca_11210008_004, 확인날짜=2026-10-01.
  8. ↑ 윤상(尹祥), 〈성균관벽불소(成均館闢佛疏)〉, 《별동집(別洞集)》 권4,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44A_0040_010_0010, 확인날짜=2026-10-01.
  9.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정조실록》 33권, 정조 15년 10월 16일 정사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va_11510016_001, 확인날짜=2026-10-01.
  10.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고종실록》 18권, 고종 18년 5월 15일 병자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za_11805015_002, 확인날짜=2026-10-01.
  11.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동학”,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6857, 확인날짜=2026-10-01.
  12.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고종실록》 1권, 고종 1년 3월 2일 임인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za_10103002_001, 확인날짜=2026-10-01.
  13.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惑世盜名”,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24802, 확인날짜=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