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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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生老病死)는 사람이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 괴로움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본래 불교에서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괴로움으로 꼽은 사고(四苦)를 가리키는 말이다.
태어남·늙음·질병·죽음은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과정이다. 불교는 이 넷을 근본적인 괴로움(苦)으로 보고, 여기서 벗어나는 길을 찾는 것을 수행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오늘날에는 종교적 의미보다 “사람의 한평생”, “삶의 자연스러운 순환”을 가리키는 말로 더 흔히 쓰며, 건강·의료·노년을 다루는 글에서 자주 보인다.
중국어(生老病死, shēng lǎo bìng sǐ)와 일본어(生老病死, しょうろうびょうし)에서도 같은 형태로 쓴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처음에는 불교의 생고(生苦)·노고(老苦)·병고(病苦)·사고(死苦)를 가리켰으나 뒤에 탄생·노쇠·질병·죽음이라는 생명 현상 전반을 가리키게 되었다고 풀이한다.[2][3]
특정한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불교 교리의 용어이다. 한문 불전에서는 후한 말에 번역된 《수행본기경(修行本起經)》에 이미 보인다. 이 경전은 석가모니가 태자 시절 성문 밖에서 늙은이·병자·죽은 사람·수행자를 차례로 만났다는 사문유관(四門遊觀) 이야기를 전하는데, 수행자를 본 태자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는다.
痛哉有此苦 生老病死患
精神還入罪 經歷諸勤苦
今當滅諸苦 生老病死除
“아프구나, 이런 괴로움이 있으니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근심이로다. 정신은 다시 죄 속으로 들어가 온갖 고생을 겪는다. 이제 마땅히 모든 괴로움을 없애 생로병사를 끊으리라.”
뒤에 불교는 생로병사의 네 괴로움에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괴로움(愛別離苦), 미운 이와 만나는 괴로움(怨憎會苦), 구해도 얻지 못하는 괴로움(求不得苦), 몸과 마음이 치성한 괴로움(五陰盛苦)을 더해 팔고(八苦)라 했다. 여기서 ‘온갖 괴로움’을 뜻하는 사고팔고(四苦八苦)라는 말이 나왔다.[5]
불교 밖에서도 인생의 큰 고비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성어전》은 돈황 변문(變文) 〈팔상변(八相變)〉의 “생로병사가 서로 졸라 대니, 천만금 재물을 쌓아도 모두 헛것이 된다(生老病死相煎逼,積財千萬總成空)”와, 명나라 하양준(何良俊)의 《세설신어보(世說新語補)》에 실린 당나라 재상 배도(裴度)의 말을 용례로 든다.[2] 배도는 술수를 믿지 않아 “닭·돼지·물고기·마늘은 만나는 대로 먹고, 생로병사는 때가 되면 따를 뿐(雞豬魚蒜,逢著則喫;生老病死,時至則行)”이라고 했다고 한다.
일본어에서는 《에이가 이야기(栄花物語)》(1028~1092년경)에 “목숨이 또한 끝이 없으니 끝내 생로병사의 괴로움이 없다”는 구절이 있는 것이 이른 예이다.[3]
조선 문인들은 이 말을 시와 편지에서 두루 썼다. 서거정(徐居正)은 〈억광진(憶廣津)〉에서 “누가 한평생 생로병사를 면하랴, 세 갈래 오솔길로 돌아가느니만 못하다(誰免一生老病死,不如三徑歸去來)”라고 읊었다.[6]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한 번 보인다. 1718년(숙종 44) 의성 현령 이진망(李眞望)은 상소에서, 시노(寺奴)의 신공을 친척과 이웃에게까지 대신 물리는 폐단을 고발하며 “사람의 목숨이 모두 길 수는 없어서, 생로병사 사이에 튼튼하게 힘써 일할 수 있는 때를 헤아려 보면 열다섯 해를 채우는 자가 많지 않다(人命不能皆壽,生老病死之間,計其强健力作之時,能滿十五年數者無多)”라고 했다.[7]
- 서버도 생로병사를 겪는다. 도입·운영·노후화·폐기까지 수명 주기 전체를 계획해야 한다.
- 그 다큐멘터리는 한 마을 사람들의 생로병사를 십 년 동안 담담하게 기록했다.
- 생로병사는 누구도 피할 수 없으니, 건강할 때 미리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 북송 신종 때 왕안석(王安石)이 신법을 밀어붙이던 무렵, 조정의 재상들을 생로병사고(生老病死苦)에 빗댄 말이 돌았다. 소백온(邵伯溫)의 《소씨문견록(邵氏聞見錄)》에 따르면, 왕안석은 날마다 일을 벌이니 ‘생(生)’, 증공량(曾公亮)은 늙어서 머뭇거리니 ‘노(老)’, 부필(富弼)은 병을 핑계로 나오지 않으니 ‘병(病)’, 왕안석과 다투다 등창으로 죽은 당개(唐介)는 ‘사(死)’, 괴로운 소리만 내던 조변(趙抃)은 ‘고(苦)’였다(熙寧中朝廷有生老病死苦之語).[8] 조선의 신흠(申欽)은 이 비유를 가져다 〈생로병사고음(生老病死苦吟)〉이라는 짧은 노래를 지었다.[9]
- 명나라 낭영(郎瑛)의 《칠수유고(七修類稿)》는 《중오기문(中吳紀聞)》을 인용해, 북송 숭녕(崇寧) 연간 오강현(吳江縣)에서 유학을 세워 생원을 기르고, 양원(養院)을 두어 늙은이를 거두고, 안제방(安濟坊)으로 병자를 돌보고, 누택원(漏澤園)에 죽은 이를 묻자 당시 사람들이 이를 ‘생로병사’라 불렀다고 전한다.[10]
- KBS 1TV의 건강 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은 2002년 첫 방송 이후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11]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생로병사”,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83%9D%EB%A1%9C%EB%B3%91%EC%82%AC, 확인날짜=2026-10-01.
- ↑ 2.0 2.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生老病死”,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28098, 확인날짜=2026-10-01.
- ↑ 3.0 3.1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生老病死”,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94%9F%E8%80%81%E7%97%85%E6%AD%BB, 확인날짜=2026-10-01.
- ↑ 축대력(竺大力)·강맹상(康孟詳) 역, 《수행본기경(修行本起經)》 권하 〈유관품(遊觀品)〉.
- ↑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 “四苦八苦”,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9B%9B%E8%8B%A6%E5%85%AB%E8%8B%A6, 확인날짜=2026-10-01.
- ↑ 서거정(徐居正), 〈억광진(憶廣津)〉, 《사가집(四佳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01.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숙종실록》 62권, 숙종 44년 11월 26일 경자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sa_14411026_002, 확인날짜=2026-10-01.
- ↑ 소백온(邵伯溫), 《소씨문견록(邵氏聞見錄)》 권13.
- ↑ 신흠(申欽), 〈생로병사고음(生老病死苦吟)〉, 《상촌고(象村稿)》,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01.
- ↑ 낭영(郎瑛), 《칠수유고(七修類稿)》 권48.
- ↑ 참고: “‘생로병사의 비밀’ 20주년 기획…한국 의료 혁신가들 집중 조명”, 서울신문, 2022-01-05, https://en.seoul.co.kr/news/entertainment/broadcastN/2022/01/05/20220105024003, 확인날짜=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