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산기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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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는 힘은 산을 뽑을 만큼 세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만큼 웅대함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줄여서 ‘발산개세(拔山蓋世)’라고도 한다.[1] 초한 전쟁 때 항우(項羽)가 해하(垓下)에서 포위당했을 때 부른 노래 〈해하가(垓下歌)〉의 첫 구절이다.
뛰어난 힘과 기개를 가진 영웅을 가리킬 때 쓰며, 흔히 “역발산기개세의 장사”처럼 쓴다. 다만 이 구절이 나온 노래가 천하를 다투던 영웅이 마지막 싸움을 앞두고 신세를 한탄한 노래이기 때문에, 힘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나 몰락한 영웅의 비장함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어에서는 네 글자로 줄인 ‘발산개세(拔山蓋世)’를 주로 쓴다. 《성어전》은 “사람의 힘이 매우 크거나 뜻이 원대함”을 형용한다고 풀이한다.[2] 일본어에서도 ‘抜山蓋世(ばつざんがいせい)’라고 하며, 《일본국어대사전》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의 《서양사정(西洋事情)》(1866~1870)에서 나폴레옹이 “발산개세의 기세로 유럽 전역을 압도한” 까닭을 논한 대목을 첫 용례로 든다.[3]
《사기》 권7 〈항우본기〉에 나온다. 항우의 군대는 해하에서 성벽을 쌓고 버텼으나 군사는 적고 식량은 떨어졌으며, 한나라 군과 제후의 군대가 여러 겹으로 에워쌌다. 밤에 사방의 한나라 진영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려오자(사면초가) 항우는 한나라가 이미 초나라를 다 얻었느냐며 크게 놀라, 밤중에 일어나 장막 안에서 술을 마셨다. 곁에는 늘 총애하던 미인 우(虞)와, 늘 타던 준마 추(騅)가 있었다.[4]
於是項王乃悲歌忼慨,自為詩曰:「力拔山兮氣蓋世,時不利兮騅不逝。騅不逝兮可柰何,虞兮虞兮柰若何!」歌數闋,美人和之。項王泣數行下,左右皆泣,莫能仰視。
이에 항우는 슬프고 비분하게 노래하며 스스로 시를 지었다.
-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었건만,
- 때가 이롭지 않으니 추도 나아가지 않는구나.
- 추가 나아가지 않으니 어찌할 것인가,
- 우여, 우여, 너를 어찌하랴!
노래를 여러 번 부르자 미인이 화답했다. 항우가 눈물을 몇 줄기 흘리니 좌우도 모두 울며 아무도 고개를 들어 쳐다보지 못했다.[4] 이 노래를 〈해하가〉라고 하며, 첫 구절이 ‘역발산기개세’로 굳었다. 원문의 ‘兮(혜)’는 초나라 노래(초사)에서 가락을 고르는 어조사여서, 성어로 쓸 때는 빼고 여섯 글자로 쓴다.
《사기》는 우미인이 부른 화답가의 가사를 싣지 않았다. 당나라 장수절(張守節)의 《사기정의(史記正義)》가 《초한춘추(楚漢春秋)》를 인용해 전하는 노래가 있다(→ 사면초가). 우미인이 이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는 뒷날의 소설과 희곡에서 널리 퍼진 것이며, 《사기》에는 그 뒤 우미인에 관한 기록이 없다.[4]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에는 해하가 ‘가이샤(垓下)’로 적혀 있는데,[1] 이는 일본어 읽기로 보이며 한국 한자음으로는 ‘해하’이다.
《성어전》에는 같은 〈항우본기〉에서 나온 말로 ‘발산강정(拔山扛鼎)’도 실려 있다. ‘강정(扛鼎)’은 《사기》가 항우를 두고 “키가 여덟 자가 넘고 힘은 세발솥을 들어 올릴 만했으며 재주와 기개가 남보다 뛰어났다(籍長八尺餘,力能扛鼎,才氣過人)”고 한 데서 나왔다. 《성어전》은 ‘발산거정(拔山擧鼎)’, ‘강정발산(扛鼎拔山)’이라고도 한다고 적는다.[5]
조선의 문인들도 항우를 읊거나 장사를 기릴 때 이 구절을 즐겨 썼다.
- 유호인(兪好仁)은 팽성(彭城)의 희마대(戲馬臺)를 읊은 시에서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었건만, 영웅은 구름처럼 사라져 부질없이 처량하다(力拔山兮氣蓋世,英雄雲逝空凄涼)”고 했다.[6]
- 신숙주(申叔舟)는 인산군(仁山君) 홍윤성(洪允成)의 시권에 쓴 시에서 “씩씩한 기운은 세상을 덮고 힘은 산을 뽑는다(壯氣蓋世力拔山)”고 읊었다.[7]
- 윤기(尹愭)는 “서초패왕은 천하의 장사로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었다”고 한 뒤, 그런 그가 경자관군(卿子冠軍)과 의제를 죽이고 가는 곳마다 무자비하게 짓밟았다고 비판했다.[8]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力拔山’이 나오지 않는다.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力 | 력 | 힘 | 힘 |
| 拔 | 발 | 뽑다 | 뽑아 올리다 |
| 山 | 산 | 산 | 산 |
| 氣 | 기 | 기운 | 기개, 기백 |
| 蓋 | 개 | 덮다 | 덮다, 뛰어넘다 |
| 世 | 세 | 세상 | 온 세상 |
- 역발산기개세의 기세로 시장을 휩쓸던 회사도 기술 변화를 읽지 못하자 몇 해 만에 무너졌다.
- 씨름판을 평정한 그는 역발산기개세라는 말이 어울리는 장사였다.
- 해하에서 항우와 우미인이 이별하는 장면은 경극 〈패왕별희(霸王別姬)〉로 만들어졌고, 천카이거(陳凱歌) 감독의 영화 《패왕별희》(1993)는 이 경극을 공연하는 배우들의 삶을 그렸다.
- ↑ 1.0 1.1 1.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역발산기개세”,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7%AD%EB%B0%9C%EC%82%B0%EA%B8%B0%EA%B0%9C%EC%84%B8, 확인날짜=2026-09-26.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拔山蓋世”,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4633, 확인날짜=2026-09-26.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抜山蓋世”,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8A%9C%E5%B1%B1%E8%93%8B%E4%B8%96, 확인날짜=2026-09-26.
- ↑ 4.0 4.1 4.2 4.3 사마천, 《사기》 권7 〈항우본기(項羽本紀)〉.
- ↑ 5.0 5.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拔山扛鼎”,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3796,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유호인, 《뇌계집(㵢谿集)》 권4 〈희마대(戲馬臺)〉,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75A_0040_010_0350,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신숙주, 《보한재집(保閑齋集)》 권11 〈제인산군홍윤성사환시권(題仁山君洪允成使還詩卷)〉,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59A_0120_010_0190,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윤기, 《무명자집(無名子集)》 문고 책8,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576A_0140_010_0060, 확인날짜=2026-09-26.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역발산”,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7%AD%EB%B0%9C%EC%82%B0, 확인날짜=2026-09-26.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蓋世無雙”,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8483,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