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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무언(有口無言)은 입은 있어도 할 말이 없다는 뜻으로, 변명할 말이 없거나 변명을 하지 못함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잘못이 분명해 달리 둘러댈 말이 없을 때 스스로를 낮추어 “유구무언입니다”라고 쓰는 것이 가장 흔한 쓰임이다. 비슷한 우리말 표현으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가 있다. 뜻밖의 일을 당해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을 때 쓰기도 한다.

중국어에서는 같은 뜻으로 啞口無言(말문이 막혀 대꾸하지 못함)을 주로 쓴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有口無言을 표제어로 싣지 않고, 啞口無言의 비슷한 말로 閉口無言·頓口無言·直口無言 등을 든다.[2]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有 유 있다 있다
口 구 입 입
無 무 없다 없다
言 언 말, 말하다 할 말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며, ‘있을 것(입)은 있는데 없을 것(말)이 없다’는 대구가 굳은 말이다.

잘못 알려진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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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 등에는 맹자가 위나라 혜왕에게 닭 도둑 비유로 세금을 줄이라고 간하자 혜왕이 부끄러워 아무 말도 못 했다는 이야기가 유래로 소개되어 있으나, 《맹자》 원문과 다르다. 닭 도둑 비유는 《맹자》 〈등문공 하(滕文公下)〉에서 송나라 대부 대영지(戴盈之)와 나눈 대화에 나오며, 상대가 말을 잃었다는 대목도, 有口無言이라는 말도 없다.[3]

戴盈之曰:「什一,去關市之征,今茲未能。請輕之,以待來年,然後已,何如?」孟子曰:「今有人日攘其鄰之雞者,或告之曰:『是非君子之道。』曰:『請損之,月攘一雞;以待來年,然後已。』如知其非義,斯速已矣,何待來年?」

“대영지가 말했다. ‘십분의 일 세법으로 하고 관문과 시장의 세금을 없애는 일을 올해는 할 수 없으니, 줄여 두었다가 내년을 기다려 그만두면 어떻겠습니까?’ 맹자가 말했다. ‘지금 어떤 사람이 날마다 이웃의 닭을 훔치는데 누가 군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하자, 그러면 줄여서 한 달에 한 마리만 훔치다가 내년을 기다려 그만두겠다고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옳지 않은 줄 알았으면 곧 그만둘 일이지 어찌 내년을 기다리겠습니까.’”

옛 문헌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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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헌에서는 명나라 초 《영락대전(永樂大典)》 권18765에 실린 점치는 글귀에 “有口無言”이 보이고,[4] 명나라 장수 척계광(戚繼光)은 《연병실기(練兵實紀)》에서 말을 기르는 법을 말하며 “말이 배고프고 부르고 지치고 병든 것은 입이 있어도 말을 못 해 스스로 알릴 수 없다(有口無言,不能自白)”고 했고,[5] 소설 《금병매(金瓶梅)》 제56회에는 핀잔을 들은 상시절(常時節)이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어(有口無言)” 멍하니 소리도 못 내는 장면이 있다.[6]

한국 문헌에서는 15세기 후반부터 보인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5건이 있는데, 가장 이른 것은 성종 18년(1487) 유학(幼學) 유승탄의 상소이다. 그는 억울한 백성이 죽기를 무릅쓰고 호소하면 오히려 벌을 주어 “백성으로 하여금 입이 있어도 말을 못 하게 한다(使民有口無言)”고 고을 수령의 탐학을 고발했다.[7] 《승정원일기》에도 인조 때부터 고종 때까지 여러 번 나오며, 대개 억눌린 백성이나 아랫사람이 하소연할 길이 없는 처지를 가리킨다.[8]

조선 문헌의 유구무언은 오늘날처럼 ‘잘못이 있어 변명할 말이 없다’는 뜻보다, ‘말할 입은 있지만 (힘이 없거나 처지가 막혀) 말하지 못한다’는 뜻이 중심이었다. 정조 14년(1790) 좌의정 채제공(蔡濟恭)은 유배 죄인이 멋대로 뭍에 나온 일에 대해 “온 조정의 신료가 입이 있어도 말을 못 하고 있다(滿廷臣僚,有口無言)”고 했다.[9] 같은 해 2월 정조는 김종수(金鍾秀)에게 “한마디로 말하면 세속에서 이른바 유구무언이다(一言蔽之曰,俗所謂有口無言矣)”라고 했는데, 이 무렵 이미 세간에서 널리 쓰던 말이었음을 보여 준다.[10] 도암 이재(李縡)는 편지에서 좋은 말벗을 만났는데 공교롭게 병이 심해 “입이 있어도 말을 못 했다(有口無言)”고 아쉬워하기도 했다.[11]

  • 백업을 확인하지 않은 채 서버를 초기화한 제 잘못이니 유구무언입니다.
  • 약속을 세 번이나 어겼으니 그 앞에서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었다.
  • 자료를 들이밀자 그는 유구무언으로 고개만 숙였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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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언(無言): 말이 없음.
  • 묵묵부답(默默不答):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음.
  • 꿀 먹은 벙어리: 속에 있는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을 이르는 속담.
  • 啞口無言(yǎ kǒu wú yán): 말문이 막혀 대꾸하지 못함. 중국어에서 흔히 쓰는 형태.
  • 이실직고(以實直告): 사실 그대로 고함. 변명 대신 잘못을 털어놓는 태도와 이어진다.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유구무언”,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C%A0%EA%B5%AC%EB%AC%B4%EC%96%B8, 확인날짜=2026-09-30.
  2.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啞口無言”,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894, 확인날짜=2026-09-30.
  3. ↑ 《맹자(孟子)》 〈등문공 하(滕文公下)〉.
  4. ↑ 《영락대전(永樂大典)》 권18765.
  5. ↑ 척계광(戚繼光), 《연병실기(練兵實紀)》 권2 〈양전마(養戰馬)〉.
  6. ↑ 《금병매(金瓶梅)》 제56회.
  7.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성종실록》 203권, 성종 18년 5월 10일 기유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ia_11805010_003, 확인날짜=2026-09-30.
  8.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원문 검색 “有口無言”(10건), https://sjw.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30.
  9.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정조실록》 31권, 정조 14년 12월 27일 계유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va_11412027_003, 확인날짜=2026-09-30.
  10.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정조 14년 2월 23일 갑술, https://sjw.history.go.kr/id/SJW-G14020230-03500, 확인날짜=2026-09-30.
  11. ↑ 이재(李縡), 《도암집(陶菴集)》 권14 〈답김백고(答金伯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