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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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설(長廣舌)은 길고도 거침없이 잘하는 말솜씨, 또는 쓸데없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말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부처의 신체적 특징인 삼십이상(三十二相)의 하나인 ‘광장설(廣長舌)’에서 나온 말로, 글자 순서와 뜻이 함께 바뀌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뜻을 둘로 나눈다. 「1」은 “길고도 세차게 잘하는 말솜씨”이고, 「2」는 “쓸데없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말”이다.[1] 오늘날에는 주로 「2」의 뜻으로, “장광설을 늘어놓다”처럼 듣는 사람이 지칠 만큼 길고 요점 없는 말을 탓할 때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비슷한 말로 다변(多辯)·다언(多言)을 들고, ‘장사설(長辭說)’을 참고 어휘로 단다.[1]
셋째 글자는 말씀 설(說)이 아니라 혀 설(舌)이다. ‘혀가 길고 넓다’는 짜임으로, 말을 많이 하는 것을 ‘혀’로 나타낸 것이다.
일본어에서도 ‘長広舌(ちょうこうぜつ)’이라 하며 “막힘없이 길게 계속 지껄임”을 뜻하고, “長広舌をふるう(장광설을 휘두르다)”처럼 쓴다.[2] 중국어에서는 원래 형태인 ‘廣長舌’만 쓰고, 그 뜻도 부처의 상호나 뛰어난 설법을 가리킨다.[3]
불교에서 부처가 갖춘 서른두 가지 뛰어난 신체적 특징(삼십이상) 가운데 하나가 ‘광장설상(廣長舌相)’이다. 부처의 혀는 넓고 길어서 내밀면 얼굴을 덮고 머리털 난 데까지 닿는다고 한다. 《성어전》은 부처가 전생에 십선업(十善業)을 닦고 바른 법을 가르친 결과로 이 특징을 얻었다고 설명하며, 뒤에 “설법을 잘하는 것”에 비유하게 되었다고 풀이한다.[3] 《묘법연화경》 〈여래신력품〉에서는 부처가 큰 신통력을 보이며 “넓고 긴 혀를 내어 위로 범천에 이르게 했다(出廣長舌,上至梵世)”고 한다.[4]
이 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증거로 여겨졌다. 《대지도론(大智度論)》 권8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부처가 어느 바라문의 성에서 아무에게도 밥을 얻지 못하고 있을 때, 늙은 하녀가 깨진 그릇에 담은 상한 음식을 바쳤다. 부처가 그 공덕으로 그녀가 열다섯 겁 동안 복을 받고 마침내 벽지불이 되리라고 하자, 곁에 있던 바라문이 “하찮은 음식 때문에 큰 거짓말을 한다”고 비웃었다. 그러자 부처는 넓고 긴 혀를 내밀어 얼굴을 덮고 머리털 난 데까지 닿게 하고 이렇게 물었다.[5]
是時,佛出廣長舌,覆面上至髮際,語婆羅門言:「汝見經書,頗有如此舌人而作妄語不?」婆羅門言:「若人舌能覆鼻,言無虛妄,何況乃至髮際?我心信佛必不妄語……」
“그대는 경서에서 이런 혀를 가진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바라문은 “혀가 코만 덮어도 그 사람의 말에 거짓이 없다고 하는데, 하물며 머리털 난 데까지 이르는 혀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거짓말을 하지 않으심을 믿습니다”라고 답했다.[5] 《대지도론》은 이 대목 앞에서 부처가 넓고 긴 혀를 내보이는 까닭을 “혀의 모양이 이러하면 말이 반드시 진실하다(舌相如是,語必真實)”고 설명한다.[5]
‘廣長舌’이 ‘長廣舌’로 순서가 바뀌고 ‘수다’의 뜻이 된 것은 일본어에서 일어난 일로 보인다. 《일본국어대사전》은 ‘広長舌’의 뜻을 ① 부처의 삼십이상의 하나, ② 바뀌어 거침없이 펼치는 교묘한 변설·웅변으로 나누고, ①의 첫 용례로 겐신(源信)의 《왕생요집(往生要集)》(984~985)을, ②의 첫 용례로 고다 로한(幸田露伴)의 《독주순(毒朱唇)》(1890)을 든다.[8] 같은 사전은 ‘長広舌’을 “‘広長舌’이 변한 말”로 보고 도쿠토미 로카(徳富蘆花)의 《추억의 기록(思出の記)》(1900~1901)의 “例の長広舌をふるった(예의 장광설을 휘둘렀다)”를 첫 용례로 든다.[2] 《고사성어를 아는 사전》도 “원래는 ‘광장설’이었으나 일본에서는 ‘장광설’로 바뀌고 뜻도 변하여 쓰인다”고 설명한다.[2]
중국 문헌에서는 ‘長廣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불전 데이터베이스에서도 청나라 선사의 어록 등에 드물게 보일 뿐이다.
한국의 옛 한문 문헌도 마찬가지이다.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서 ‘廣長舌’은 이규보·이색·서거정 등의 글에 20여 건 보이지만 ‘長廣舌’은 한 건도 없고,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원문에도 없다. ‘장광설’은 근대에 일본어의 영향으로 들어온 말로 보인다. 1921년 《개벽》 제9호의 글에 “어떠케 長廣舌을 揮한다 할지라도”라는 구절이 있는데,[9] ‘장광설을 휘두르다(揮하다)’는 일본어 ‘長広舌をふるう’와 같은 짜임이다.
한국고전번역원의 번역문에서는 원문의 ‘廣長舌’을 ‘장광설’로 옮긴 예가 있다. 이규보의 소(疏)에 나오는 ‘항설(杭舌)’에 “장광설”이라는 역주를 단 예, 《동문선》에 실린 이색의 글 “溪聲便是廣長舌”을 “시냇물 소리가 곧 장광설”로 옮긴 예 등이다. 이때의 ‘장광설’은 ‘수다’가 아니라 부처의 혀, 곧 설법이라는 원래 뜻이다.
- 회의 시간 절반을 팀장의 장광설이 차지하는 바람에 정작 장애 원인 분석은 다음으로 미뤘다.
- 보고서는 결론부터 쓰고 장광설은 부록으로 돌리는 것이 좋다.
- 그는 술만 들어가면 젊은 시절 이야기로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 《대지도론》은 혀가 코만 덮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5] 오늘날 ‘장광설’이 미덥지 못한 긴 말을 가리키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 ↑ 1.0 1.1 1.2 1.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장광설”,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E%A5%EA%B4%91%EC%84%A4, 확인날짜=2026-10-03.
- ↑ 2.0 2.1 2.2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고사성어를 아는 사전(故事成語を知る辞典)》, “長広舌”,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9%95%B7%E5%BA%83%E8%88%8C, 확인날짜=2026-10-03.
- ↑ 3.0 3.1 3.2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廣長舌”,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7236, 확인날짜=2026-10-03.
- ↑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권6 〈여래신력품(如來神力品)〉.
- ↑ 5.0 5.1 5.2 5.3 《대지도론(大智度論)》 권8.
- ↑ 소식(蘇軾), 〈증동림총장로(贈東林總長老)〉.
- ↑ 이색(李穡), 〈지평현미지산용문사대장전기(砥平縣彌智山龍門寺大藏殿記)〉, 《목은고(牧隱藁)》,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20A_0460_010_0100, 확인날짜=2026-10-03.
- ↑ 《디지털 다이지센》·《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 “広長舌”,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BA%83%E9%95%B7%E8%88%8C, 확인날짜=2026-10-03.
- ↑ 노자영(盧子泳), 〈여성 운동의 제일인자 엘렌 케이(續)〉, 《개벽》 제9호,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https://db.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03.
-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장사설”,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focus_name=query&query=%EC%9E%A5%EC%82%AC%EC%84%A4, 확인날짜=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