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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포신(除舊布新)은 묵은 것을 없애고 새것을 펼친다는 뜻의 한자성어이다.[1] 《춘추좌씨전》에서 혜성(彗星)을 두고 한 말에서 나왔다.

낡은 제도와 관행을 걷어 내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일, 또는 해가 바뀌어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는 일을 가리킨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고 우리말샘에 올라 있다.[1]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626명에게 물어 2012년 말에 발표한 2013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뽑혀 널리 알려졌다. 응답자의 30%가 이 말을 골랐고, 추천한 이종묵(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변혁은 불길함의 징조가 나타날 때 필요한 것”이라며 혜성 이야기에서 나온 말임을 짚었다.[2]

중국어에서도 같은 형태(除旧布新)로 쓴다. 《성어전》은 “낡은 것을 없애고 새것을 세움”으로 풀이하고, ‘除舊更新’이라고도 한다고 적었다.[3]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除 제 덜다, 없애다 쓸어 없애다
舊 구 옛, 오래되다 묵은 것
布 포 베, 펴다 펼치다, 베풀다
新 신 새롭다 새것

《좌전》 소공 17년의 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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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라 소공(昭公) 17년(기원전 525) 겨울, 대화성(大火星)이 있는 대진(大辰) 자리에 살별이 나타나 서쪽으로 은하수까지 뻗었다. 노나라 대부 신수(申須)가 이를 보고 말했다.[4]

冬,有星孛于大辰,西及漢。申須曰:「彗所以除舊布新也。天事恆象,今除於火,火出必布焉。諸侯其有火災乎?」梓慎曰:「往年吾見之,是其徵也。火出而見,今茲火出而章,必火入而伏,其居火也久矣,其與不然乎?」

“혜성은 묵은 것을 쓸어 내고 새것을 펼치는 것이다. 하늘의 일은 늘 조짐으로 드러나는데, 지금 화성(火星) 자리를 쓸었으니 화성이 나올 때 반드시 (재앙을) 펼칠 것이다. 제후국에 불이 나지 않겠는가?” 이어서 재신(梓慎)은 지난해부터 그 조짐을 보았다며, 불의 기운이 송·위·진(陳)·정 네 나라에 닥칠 것이라고 풀이했다.[4] 혜성의 꼬리가 비(彗, 빗자루)처럼 하늘을 쓸고 지나간다고 보아, 옛 것을 쓸어 내고 새로운 것을 세울 징조로 여긴 것이다.

이 예언에는 뒷이야기가 있다. 이듬해인 소공 18년 5월, 실제로 송·위·진·정에 큰불이 났다. 정나라의 비조(裨灶)가 옥 그릇으로 제사를 지내면 불을 막을 수 있다고 했으나 재상 자산(子産)은 “하늘의 도는 멀고 사람의 도는 가깝다. 미치지 못하는 일이다(天道遠,人道邇,非所及也)”라며 끝내 들어주지 않았고, 정나라에는 다시 불이 나지 않았다.[5]

뜻이 넓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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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혜성의 점성적 의미를 풀이한 말이었으나, 뒤에는 정치와 풍속을 새롭게 한다는 뜻으로 넓어졌다. 《성어전》은 《수서(隋書)》 권57 〈설도형전(薛道衡傳)〉의 “懸政教於魏闕,朝群后於明堂,除舊布新,移風易俗”을 예로 든다. 설도형이 수 문제의 치적을 기린 글에서 “정교를 궁궐 문에 내걸고, 제후들을 명당에서 조회받으며, 묵은 것을 없애고 새것을 펴서 풍속을 바꾸었다”고 한 대목이다.[3]

한국 문헌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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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도 혜성이 나타날 때마다 이 말이 거론되었고, 새해를 맞는 말로도 쓰였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서는 12건이 검색된다(《현종개수실록》 등의 중복 포함).

  • 중종 26년(1531) 윤6월, 김안로(金安老)를 판한성부윤에 임명한 다음 날 혜성이 나타나자 사관은 진(秦)나라가 상앙(商鞅)을 쓸 때 혜성이 나타난 일을 들며 “혜성은 묵은 것을 없애고 새것을 펴는 것(夫彗者,所以除舊布新也)”이라 하고, 김안로가 쓰이자마자 요성(妖星)이 나타났다고 적었다.[6]
  • 선조 26년(1593) 9월, 임진왜란 중에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고집하던 선조는 신하들의 만류에 “지금 혜성이 자미성에 나타났으니 이야말로 묵은 것을 없애고 새것을 펼 때(此正除舊布新之日)이니, 묵은 것이 물러날 때가 바로 지금이다”라고 답했다.[7]
  • 현종 4년(1663) 1월에는 신하들이 새해를 맞아 왕의 게으름을 경계하며 “이 묵은 것을 없애고 새것을 펴는 날을 맞아(當此除舊布新之日)”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8]
  • 노수신(盧守愼)은 섣달그믐에 역귀를 쫓는 구나(驅儺) 의식을 듣고 지은 시를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펴는 데는 절로 방도가 있다(除舊布新自有方)”로 시작했다.[9] 한국고전번역원은 이 구절을 ‘송구영신’으로 옮겼다.
  • 새 대표는 제구포신을 내걸고 수십 년 된 결재 단계를 절반으로 줄였다.
  • 지원이 끝난 운영체제와 라이브러리를 걷어 내는 제구포신 없이는 보안 수준을 끌어올릴 수 없다.
  • 연말 대청소는 집 안의 제구포신이다.
  • 세조 때의 무장 남이(南怡)가 혜성을 보고 “묵은 것을 없애고 새것을 펼 징조”라고 한 말을 유자광(柳子光)이 엿듣고 역모로 고변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이정형(李廷馨)의 기록에는 “남이가 궁에서 숙직하며 사람들과 혜성을 논하여 ‘묵은 것을 없애고 새것을 펴는 형상’이라 했는데, 유자광이 벽 너머로 엿듣고 부풀려 꾸며 은밀히 모반이라 아뢰었다”고 되어 있고,[10] 허전(許傳)의 〈남장군시장(南將軍諡狀)〉은 남이가 “혜성은 묵은 것을 없애고 새것을 펴는 것이니 《좌씨전》에 있다”고 말했다고 적었다.[11] 다만 《예종실록》에 실린 유자광의 고변에는 이 말이 없다. 고변 내용은 남이가 혜성의 빛이 희다고 하자 유자광이 《강목(綱目)》을 펴 “빛이 희면 장군이 반역하고 두 해 안에 큰 난리가 있다(光芒白,將軍逆,二歲兵大亂)”는 주석을 보여 주었고, 남이가 “이것도 반드시 응함이 있을 것”이라 탄식했다는 것이다.[12]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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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음.
  • 해현경장(解弦更張): 거문고 줄을 풀어 다시 맴. 제도를 근본부터 고침.
  • 혁고정신(革故鼎新): 묵은 폐단을 없애고 새 제도를 세움. 흔히 조정의 개혁이나 왕조 교체를 가리킨다.[13]
  • 구태의연(舊態依然): 옛 모습 그대로임. 반대되는 태도.
  1. ↑ 1.0 1.1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제구포신”,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focus_name=query&query=%EC%A0%9C%EA%B5%AC%ED%8F%AC%EC%8B%A0, 확인날짜=2026-10-03.
  2. ↑ “새해 사자성어는 ‘제구포신(除舊布新)’”, 서울신문, 2012-12-30,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12/12/30/20121230800031, 확인날짜=2026-10-03.
  3. ↑ 3.0 3.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除舊布新”,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117, 확인날짜=2026-10-03.
  4. ↑ 4.0 4.1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소공(昭公) 17년.
  5. ↑ 《춘추좌씨전》 소공 18년.
  6.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 71권, 중종 26년 윤6월 28일 경술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ka_12606128_003, 확인날짜=2026-10-03.
  7.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선조실록》 42권, 선조 26년 9월 3일 갑인 5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na_12609003_005, 확인날짜=2026-10-03.
  8.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현종실록》 6권, 현종 4년 1월 7일 병자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ra_10401007_002, 확인날짜=2026-10-03.
  9. ↑ 노수신(盧守愼), 〈문구나유감(聞驅儺有感)〉, 《소재집(穌齋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159A_0010_020_0990, 확인날짜=2026-10-03.
  10. ↑ 이정형(李廷馨), 《지퇴당집(知退堂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242A_0080_010_0040, 확인날짜=2026-10-03.
  11. ↑ 허전(許傳), 〈남장군시장(南將軍諡狀)〉, 《성재집(性齋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626A_0340_010_0050, 확인날짜=2026-10-03.
  12.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예종실록》 1권, 예종 즉위년 10월 24일 경술 4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ha_10010024_004, 확인날짜=2026-10-03.
  13.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革故鼎新”,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310, 확인날짜=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