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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현경장(解弦更張)은 거문고 줄을 풀어 다시 고쳐 맨다는 뜻으로, 느슨해지거나 맞지 않게 된 제도와 방침을 근본부터 고쳐 새롭게 하는 것을 비유하는 한자성어이다.[1][2] 한나라 동중서(董仲舒)가 무제(武帝)에게 올린 대책문에서 나왔다.

소리가 맞지 않는 악기는 줄을 조금 조이는 정도로는 바로잡을 수 없고 아예 풀어서 새로 걸어야 한다는 비유이다. 정치·행정에서 개혁을 다짐하거나, 조직이 새해·새 임기를 맞아 기강을 다시 세우겠다고 할 때 자주 쓴다. 한국에서는 신년 사자성어나 기관장의 다짐으로 자주 꼽히는 말이다.[2] 교수신문이 뽑은 2017년 ‘올해의 사자성어’에서는 파사현정(破邪顯正)에 이어 2위에 올랐다.[3]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에는 올라 있지 않다. 중국어에서는 ‘개현경장(改弦更張)’이 표준 형태이고, 《성어전》은 ‘解弦更張’과 ‘解絃更張’을 같은 말로 함께 싣는다.[4] 한국 옛 문헌에서는 ‘解絃更張’으로 적은 예가 보인다(아래 ‘한국 문헌의 용례’).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解 해 풀다 (악기 줄을) 풀다
弦 현 활시위, 악기 줄 거문고·비파의 줄. 絃으로도 쓴다
更 경 고치다, 바꾸다 다시, 새로
張 장 활시위를 얹다, 펴다 (줄을) 걸어 팽팽하게 매다

‘更’은 ‘다시 갱’이 아니라 ‘고칠 경’으로 읽는다.

동중서의 〈현량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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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제가 현량(賢良)을 불러 정치의 도리를 묻자, 동중서는 세 차례의 대책(對策)을 올렸다. 그 첫 번째 대책에서 진(秦)나라가 남긴 폐단이 아직 남아 있다고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책은 《한서(漢書)》 권56 〈동중서전(董仲舒傳)〉에 실려 있다.[5]

今漢繼秦之後,如朽木糞牆矣,雖欲善治之,亡可柰何。法出而姦生,令下而詐起,如以湯止沸,抱薪救火,愈甚亡益也。竊譬之琴瑟不調,甚者必解而更張之,乃可鼓也;爲政而不行,甚者必變而更化之,乃可理也。當更張而不更張,雖有良工不能善調也;當更化而不更化,雖有大賢不能善治也。故漢得天下以來,常欲善治而至今不可善治者,失之於當更化而不更化也。

“지금 한나라는 진나라 뒤를 이어 썩은 나무와 더러운 흙담 같은 처지라, 잘 다스리려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법이 나오면 간사함이 생기고 영이 내려지면 속임수가 일어나니, 끓는 물로 끓는 것을 멈추려 하고 땔나무를 안고 불을 끄려는 것과 같아 더할수록 이로움이 없습니다. 거문고와 비파에 비유하자면, 소리가 맞지 않을 때 심한 것은 반드시 줄을 풀어 다시 매야 탈 수 있습니다. 정치가 행해지지 않을 때 심한 것은 반드시 바꾸어 고쳐 교화해야 다스릴 수 있습니다. 다시 매야 할 때 다시 매지 않으면 훌륭한 악공이라도 잘 고를 수 없고, 고쳐 교화해야 할 때 고치지 않으면 큰 현인이라도 잘 다스릴 수 없습니다. 한나라가 천하를 얻은 뒤로 늘 잘 다스리고자 하면서도 지금까지 그러지 못한 것은 고쳐 교화해야 할 때 고치지 않은 탓입니다.”[5]

원문에서 ‘줄을 풀어 다시 맨다(解而更張)’는 비유이고, 동중서가 실제로 말하려는 것은 그 짝인 ‘경화(更化)’, 곧 정치와 교화를 바꾸는 일이다. 해현경장은 이 비유 쪽을 네 글자로 줄인 말이다. 《성어전》은 ‘개현경장’의 근원을 같은 대목에 두고, ‘更張’은 줄을 새로 매는 것, ‘更化’는 낡은 정령과 교화를 고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4]

네 글자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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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글자 ‘解弦更張’은 당나라 독고급(獨孤及)이 서주(舒州) 자사로 있을 때 쓴 편지 〈답양분처사서(答楊賁處士書)〉에 보인다. 그는 세금이 걷히지 않아 백성이 지쳐 가는 고을을 “고르지 않은 거문고”에 견주고 “줄을 풀어 다시 맨다는 뜻을 생각했다(思解弦更張之義)”며 세법을 고친 사정을 설명했다.[6] 《성어전》은 ‘解絃更張’의 서증으로 송나라 손적(孫覿)의 편지를, ‘改絃更張’ 계열의 이른 용례로 《송서》 〈악지〉의 “琴瑟時未調,改弦當更張”을 든다.[4]

한국 문헌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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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정원일기》 영조 22년(1746) 1월 18일 기사에 실린 보령 현감 이민곤(李敏坤)의 상소에 “그 말류의 폐단을 따지면 어디서 멈출지 모를 지경이니, 줄을 풀어 다시 매는 것이 어찌 시의에 마땅하지 않겠는가(解絃更張,豈非時義之當然者乎)”라는 구절이 있다.[7]
  • 이진상(李震相)은 임술년(1862) 삼정(三政)의 폐단에 관한 책문에 답한 〈응지대삼정책(應旨對三政策)〉에서 법을 세운 뒤 엄하게 지키면 “해현경장의 정사에 보탬이 될 것(庶或有裨於解絃更張之政)”이라고 했다.[8]

《조선왕조실록》 원문에서는 ‘解絃更張’·‘解弦更張’이 모두 검색되지 않는다. 대신 동중서의 다른 쪽 말인 ‘경화(更化)’가 원문에 200건 넘게 나온다.

  • 잇단 보안 사고 뒤 회사는 땜질식 패치가 아니라 해현경장의 각오로 접근 권한 체계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기로 했다.
  • 새 감독은 해현경장을 내걸고 훈련 방식과 선수 선발 기준을 모두 바꾸었다.
  • 조선 후기에는 동중서의 ‘경화(更化)’가 정국이 뒤바뀌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였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숙종 때의 환국을 가리키는 ‘경신경화(庚申更化)’, ‘갑술경화(甲戌更化)’ 같은 표현이 여러 차례 나온다. 예컨대 숙종 22년(1696) 관학 유생 임선(任敾) 등의 상소는 “갑술년 경화 당초(甲戌更化之初)”를 말한다.[9]
  • 같은 대책의 바로 이 대목에서 이탕지비(以湯止沸)·포신구화(抱薪救火)라는 비유가 함께 나오고, 이어지는 문장 “못에 가서 물고기를 탐내는 것은 물러나 그물을 짜느니만 못하다(臨淵羨魚,不如退而結網)”도 임연선어(臨淵羨魚)라는 성어로 쓰인다.[5]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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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현경장(改弦更張): 줄을 바꾸어 다시 맴. 중국어의 표준 형태.[4]
  • 개현역철(改弦易轍): 줄을 바꾸고 수레바퀴 길을 바꿈. 《성어전》은 방향·노선을 바꿀 때는 개현역철, 제도·생각을 바꿀 때는 개현경장이 어울린다고 구분한다.[4]
  • 제구포신(除舊布新): 묵은 것을 없애고 새것을 폄.
  •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되 새것을 만들어 냄.
  • 구태의연(舊態依然): 옛 모습 그대로임. 반대되는 태도.
  1.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解弦更張”,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4239, 확인날짜=2026-10-03.
  2. ↑ 2.0 2.1 임철순, “신년 사자성어를 살펴보니”, 대한민국 정책브리핑(korea.kr), 2015-01-09, https://m.korea.kr/news/cultureColumnView.do?newsId=148789731, 확인날짜=2026-10-03.
  3. ↑ “2017년 올해의 사자성어 ‘破邪顯正’”, 교수신문, 2017-12-18,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0421, 확인날짜=2026-10-03.
  4. ↑ 4.0 4.1 4.2 4.3 4.4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改弦更張”,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189, 확인날짜=2026-10-03.
  5. ↑ 5.0 5.1 5.2 반고(班固), 《한서(漢書)》 권56 〈동중서전(董仲舒傳)〉.
  6. ↑ 독고급(獨孤及), 〈답양분처사서(答楊賁處士書)〉, 《전당문(全唐文)》 권386.
  7.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영조 22년 1월 18일 을유 19번째 기사, https://sjw.history.go.kr/id/SJW-F22010180-01900, 확인날짜=2026-10-03.
  8. ↑ 이진상(李震相), 〈응지대삼정책(應旨對三政策)〉, 《한주집(寒洲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640A_0040_020_0010, 확인날짜=2026-10-03.
  9.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숙종실록》 30권, 숙종 22년 1월 19일 병자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sa_12201019_003, 확인날짜=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