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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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현정(破邪顯正)은 사견(邪見)과 사도(邪道)를 깨고 정법(正法)을 드러낸다는 뜻의 불교 용어이자 한자성어이다. 삼론종(三論宗)의 근본 교의로, 줄여서 ‘파현(破顯)’이라고도 한다.[1]
본래는 그릇된 견해와 가르침을 논파하고 부처의 바른 가르침을 밝힌다는 불교의 말이다. 여기서 뜻이 넓어져 오늘날에는 불교와 상관없이 ‘그릇된 것을 깨뜨리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 곧 부정과 비리를 바로잡아 정의를 세운다는 뜻으로 쓴다. 한국에서는 2017년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널리 알려졌다(아래 여담 참고).
중국어에서는 ‘破邪顯正’(간체 破邪显正), 일본어에서는 ‘破邪顕正(はじゃけんしょう)’으로 쓴다. 《일본국어대사전》은 불교에서 그릇된 집착을 깨뜨리고 바른 도리를 드러내는 것이며, 특히 삼론종에서는 파사가 곧 현정이라고 설한다고 풀이하고, 이것이 바뀌어 일반적으로 부정을 타파하고 정의를 드러내는 뜻으로도 쓴다고 적는다.[2]
파사현정은 수나라의 승려 길장(吉藏, 549~623)이 체계를 세운 삼론종의 핵심 교의이다. 삼론종은 용수(龍樹)의 《중론(中論)》·《십이문론(十二門論)》과 제바(提婆)의 《백론(百論)》, 세 논서에 기대는 종파이다. 길장은 삼론의 요지를 풀이한 《삼론현의(三論玄義)》 첫머리에서 세 논서의 뜻이 두 갈래뿐이라고 했다.[3]
但論雖有三,義唯二轍:一曰顯正、二曰破邪。破邪則下拯沈淪,顯正則上弘大法。故振領提綱,理唯斯二也。
“논은 셋이지만 뜻은 두 길뿐이니, 하나는 바른 것을 드러냄이요 둘은 그릇된 것을 깨뜨림이다. 그릇된 것을 깨뜨리면 아래로 빠져 있는 중생을 건지고, 바른 것을 드러내면 위로 큰 법을 넓힌다. 그러므로 벼리를 들어 요점을 잡으면 이치는 이 둘뿐이다.”
길장은 이어서 깨뜨려야 할 그릇된 견해로 외도(外道), 비담(毘曇), 성실(成實), 대승의 집착 넷을 들어 차례로 논파한다.[3] 같은 책에서 “옳고 그름이 없다면 바름도 그릇됨도 없을 텐데 어찌하여 편명을 파사현정이라 하는가”라는 물음에는 이렇게 답한다.[3]
夫有非有是此則為邪,無是無非乃名為正,所以命篇辨破邪顯正。……為息於邪,強名為正。在邪既息,則正亦不留,故心無所著。
“그름이 있고 옳음이 있다고 하는 것이 곧 그릇됨이요, 옳음도 그름도 없는 것을 바름이라 하니, 그래서 편명을 지어 파사현정을 가린 것이다. …… 그릇됨을 그치게 하려고 억지로 바름이라 이름한 것이니, 그릇됨이 그치면 바름도 머물지 않는다. 그러므로 마음이 집착하는 바가 없다.” 그릇된 견해를 다 깨뜨리고 나면 따로 세울 ‘바른 견해’가 남는 것이 아니라 깨뜨림 그 자체가 바름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일본국어대사전》이 말하는 ‘파사가 곧 현정’이라는 삼론종의 설이 이것이다.[2] 길장은 《대승현론(大乘玄論)》 권5에서도 “파사현정이라 하기도 하고, 그릇됨을 떠나 따로 바름이 있겠느냐 하기도 하니 두 말이 어긋나는 듯하다”는 물음을 들어 이 문제를 다룬다.[4]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원문,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는 ‘破邪顯正’이 검색되지 않는다. 조선의 유학자 사회에서는 불교 용어로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불교 논쟁서의 제목과 표어로 일찍부터 쓰였다.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에서는 1634년 간행된 《대혜보각선사서초(大慧普覺禪師書抄)》에 외도를 물리치는 ‘파사현정’이 보이고,[7] 17세기 서적 목록에는 《파사현정기(破邪顕正記)》라는 불서가 올라 있다.[8] 일반적인 ‘정의를 세운다’는 뜻의 용례로 《일본국어대사전》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루시헤루(るしへる)〉(1918)를 든다.[2]
- 감사팀은 파사현정의 자세로 내부 부정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 오래된 오해를 바로잡는 이 논문은 학계의 파사현정이라 할 만하다.
- 교수신문은 2017년 전국 대학교수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340명(34%)이 고른 ‘파사현정’을 그해의 사자성어로 발표했다. 최경봉(원광대 국어국문학과)·최재목(영남대 철학과) 교수가 추천했으며, 2위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이었다.[9]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파사현정”,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8C%8C%EC%82%AC%ED%98%84%EC%A0%95, 확인날짜=2026-10-01.
- ↑ 2.0 2.1 2.2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破邪顕正”,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A0%B4%E9%82%AA%E9%A1%95%E6%AD%A3, 확인날짜=2026-10-01.
- ↑ 3.0 3.1 3.2 길장(吉藏), 《삼론현의(三論玄義)》 권1, 대정신수대장경 T1852.
- ↑ 길장(吉藏), 《대승현론(大乘玄論)》 권5, 대정신수대장경 T1853.
- ↑ 혜원(慧遠), 《대반열반경의기(大般涅槃經義記)》 권9, 대정신수대장경 T1764.
- ↑ 지의(智顗), 《사념처(四念處)》 권1, 대정신수대장경 T1918.
- ↑ 《大慧普覚禅師書抄》(1634),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https://dl.ndl.go.jp/pid/2583402, 확인날짜=2026-10-01.
- ↑ 《新増書籍目録》(1681),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https://dl.ndl.go.jp/pid/2576280, 확인날짜=2026-10-01.
- ↑ “2017년 올해의 사자성어 ‘破邪顯正’”, 교수신문, 2017-12-18,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40421, 확인날짜=2026-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