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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공영(共存共榮)은 함께 존재하고 함께 번영한다는 뜻의 한자성어이다.[1]

둘 이상의 개인, 집단, 기업, 국가가 서로 다투거나 해치지 않고 함께 살아가며 함께 잘되자는 뜻으로 쓴다. 대기업과 협력 업체, 지역 상권과 대형 매장, 이웃 나라 사이의 관계를 말할 때 자주 등장하며, “공존공영을 꾀하다”, “공존공영의 길”처럼 쓴다. 최근에는 같은 뜻으로 ‘상생(相生)’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옛 고전에서 온 말이 아니라 20세기 초 일본에서 쓰이기 시작해 한국과 중국으로 퍼진 근대어로 보인다. 일제강점기와 중일 전쟁기에는 일본이 식민 지배와 침략을 정당화하는 구호로 이 말을 내세운 역사도 있다.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共 공 함께, 한가지 함께
存 존 있다, 살아 있다 존재하다, 살아가다
共 공 함께, 한가지 함께
榮 영 꽃, 영화롭다 번영하다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共存共榮’은 중국 고전 원문, 《조선왕조실록》 원문, 한국고전종합DB 문집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2] 불교 전적에서도 20세기 중국 승려 태허(太虛)의 글에서야 보인다.[3]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은 ‘共存共栄(きょうそんきょうえい)’의 첫 용례로 1927년 모리 겐고(森賢吾)의 글을 든다.[4] 그러나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자료에서는 그보다 이른 1916년, 아이치현의 모범 농업 경영을 소개한 책에서 지주 계급이 농민과 함께 “공존공영으로 향하려 한다(共存共榮に向はんとしつゝある)”고 쓴 예가 보인다.[5] 1919년에는 교육자 사와야나기 마사타로(沢柳政太郎) 등이 한문으로 쓴 《일화공존론(日華共存論)》에 “共存共榮之目的”이라는 표현이 나온다.[6] 1920년대에는 노사 관계, 지주와 소작인, 일본과 중국의 관계를 말하는 구호로 널리 쓰였다.

한국에서는 1920년대 초 잡지와 신문에 나타난다.

  • 1921년 《개벽》 제8호의 논설은 시장의 자유경쟁을 말하며 “남과 내가 공존공영하자는 이성(人我가 共存共榮하자는 理性)”을 내세웠다.[7]
  • 같은 해 《동아일보》에는 “共存共榮의 世界的 精神下에 立하여”라는 강연 제목이 보인다.[8]

그러나 이 말은 곧 일제의 ‘일선(日鮮) 공존공영’ 구호와 겹치게 되었다. 《개벽》 제33호의 논설은 “일본이 비록 日鮮共存共榮主義를 취하야” 조선을 근거로 정책을 펴더라도, 형편상 조선인은 일본인의 일꾼이 되는 공존공영밖에 돌아올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9] 1925년 《동아일보》는 “東洋의 日本, 共存共榮의 幻滅”이라는 글을 실었다.[10]

중일 전쟁기에 일본과 왕징웨이(汪精衛) 정권은 ‘중일 공존공영’을 내세웠고, 1943년 〈대동아공동선언〉은 “도의를 바탕으로 공존공영의 질서를 건설한다(以道義爲基礎,建設共存共榮之秩序)”고 하였다.[11] 일본이 내건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의 ‘공영’도 같은 맥락의 말이다. 전쟁이 끝난 뒤 이 말은 그런 색채를 벗고 일반적인 상생의 뜻으로 다시 쓰이게 되었다. 대만의 〈원주민족기본법〉(2005)은 제1조에서 “공존공영하는 족군 관계를 세우기 위해(建立共存共榮之族群關係)” 법을 만든다고 밝히고 있다.[12]

  • 사자성어 목록류에서 공존공영과 같은 말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들고 그 출전을 《아미타경》이라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 《아미타경》에는 극락에 사는 여러 새 가운데 하나로 ‘共命之鳥’가 나올 뿐이고 ‘공존공영’이라는 말은 없다.[13] 공명조가 ‘한 몸에 머리 둘’이라는 이야기는 《잡보장경》 권3 〈공명조연(共命鳥緣)〉에 나오는데, 한 머리가 다른 머리를 시기해 독이 든 열매를 먹자 둘 다 죽었다는 내용이다.[14] 공명지조는 ‘함께 번영하자’는 다짐이라기보다 ‘한쪽을 해치면 함께 망한다’는 경계에 가깝다.
  • 교수신문은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골랐다.[15]

다른 언어의 표현

편집 원본 편집
  • 일본어에서는 共存共栄(きょうそんきょうえい, ‘きょうぞんきょうえい’라고도 읽음)이 지금도 널리 쓰인다.[4]
  • 중국어에서도 共存共荣(gòngcún gòngróng)이라고 쓴다. 위의 대만 법률처럼 일반적인 공존의 뜻으로 쓰는 예가 있다.
  • 오픈소스 생태계는 기업과 개인 개발자가 코드를 나누며 공존공영하는 구조 위에서 자란다.
  • 대형 마트 의무 휴업은 전통 시장과 공존공영을 꾀한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 두 나라는 경쟁 관계이면서도 공급망을 함께 지키는 공존공영의 길을 찾아야 한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편집 원본 편집
  • 상생(相生):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감.
  • 공생공사(共生共死): 함께 살고 함께 죽음.
  • 동고동락(同苦同樂): 괴로움도 즐거움도 함께함.
  • 상부상조(相扶相助): 서로서로 도움.
  • 공명지조(共命之鳥): 머리 둘에 몸이 하나인 새. 운명을 함께하는 관계의 비유.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공존공영”,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3%B5%EC%A1%B4%EA%B3%B5%EC%98%81, 확인날짜=2026-10-11.
  2.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및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원문 검색, “共存共榮”, https://sillok.history.go.kr/ ·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11.
  3. ↑ CBETA 전자불전 전문 검색, “共存共榮”, 《태허대사전서(太虛大師全書)》, https://cbetaonline.dila.edu.tw/, 확인날짜=2026-10-11.
  4. ↑ 4.0 4.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共存共栄”,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5%B1%E5%AD%98%E5%85%B1%E6%A0%84, 확인날짜=2026-10-11.
  5. ↑ 鶴見左吉雄, 《愛知県下の模範的農業経営》(1916),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컬렉션, https://dl.ndl.go.jp/pid/921915, 확인날짜=2026-10-11.
  6. ↑ 沢柳政太郎·衣斐釮吉, 《日華共存論》(1919),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컬렉션, https://dl.ndl.go.jp/pid/958064, 확인날짜=2026-10-11.
  7. ↑ 한국사데이터베이스 근현대잡지자료, 〈경제 방면으로 위선 할 일은(經濟方面으로 爲先할 일은)〉, 《개벽》 제8호, ma_013_0080_0040, https://db.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11.
  8. ↑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신문자료, 《동아일보》 1921-03-14, “咸興禁酒會大講演”, npda_1921_03_14_v0004_0750, https://db.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11.
  9. ↑ 한국사데이터베이스 근현대잡지자료, 〈문제의 해결은 자결이냐 타결이냐(問題의 解決은 自決이냐 他決이냐)〉, 《개벽》 제33호, ma_013_0320_0030, https://db.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11.
  10. ↑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신문자료, 《동아일보》 1925-06-07, “東洋의 日本, 共存共榮의 幻滅”, npda_1925_06_07_v0001_0010, https://db.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11.
  11. ↑ 〈대동아공동선언(大東亞共同宣言)〉, 1943.
  12. ↑ 대만 〈원주민족기본법(原住民族基本法)〉 제1조, 2005.
  13. ↑ 구마라집(鳩摩羅什) 역, 《불설아미타경(佛說阿彌陀經)》, 《대정신수대장경》 T0366. CBETA 전자불전, https://cbetaonline.dila.edu.tw/, 확인날짜=2026-10-11.
  14. ↑ 길가야(吉迦夜)·담요(曇曜) 공역, 《잡보장경(雜寶藏經)》 권3 〈공명조연(共命鳥緣)〉, 《대정신수대장경》 T0203. CBETA 전자불전, https://cbetaonline.dila.edu.tw/, 확인날짜=2026-10-11.
  15. ↑ “올해의 사자성어 ‘공명지조’”, 경향신문, 2019-12-15, https://www.khan.co.kr/article/201912151440001, 확인날짜=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