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천지
더 많은 작업
무법천지(無法天地)는 법이나 제도가 확립되지 않고 질서가 문란한 세상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법과 질서가 무너져 힘센 자가 제멋대로 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거리는 무법천지가 되었다”, “무법천지나 다름없다”처럼 쓰며, 실제로 법이 없는 곳뿐 아니라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조직이나 공간을 과장해 말할 때도 쓴다.
같은 뜻으로 중국어에서는 ‘무법무천(無法無天)’을 쓴다. 무법천지는 이 중국 성어와 짜임이 다른 한국식 표현이다.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중국 고전 원문,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원문,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서 ‘無法天地’는 확인되지 않는다.[3] 근대 한국어에서 굳은 말로 보인다.
근대 사전에는 일찍 올랐다. 게일(J. S. Gale)의 《한영자전》(1911)은 ‘無法天地’를 ‘법 없는 세상, 법 없는 곳’으로 풀었고, 조선총독부 《조선어사전》(1920)은 “기강과 규율이 없는 행위(紀綱規律なき行爲)”로 풀이했다.[4] 1921년 《개벽》 제17호에 실린 강연 속기록은 조선인이 처음 간도로 건너갈 무렵을 “수십 호의 중국 농호(農豪)가 한 지방씩 차지하고 행정과 사법을 제 마음대로 처분하는 무법천지”였다고 묘사했다.[5]
중국어 ‘無法無天’은 대만 《성어전》이 명나라 월사주인(月榭主人)의 희곡 《채천기(釵釧記)》 〈심문(審問)〉을 출전으로 추정한다. 가난을 이유로 혼약을 깨려던 장인이 하녀를 시켜 거짓 증언하게 하고 사위를 무고한 일을 두고 “평민을 모함하고 죄를 꾸며 고발하니 법도 하늘도 없다(誣陷平民,誣告枉罪,無法無天)”고 한 대목이다. 《홍루몽》 제33회에서 가정(賈政)이 아들 보옥을 꾸짖으며 “어찌 이런 무법무천한 짓을 저질렀느냐(怎麼又做出這些無法無天的事來)”라고 한 것도 용례로 든다.[2]
나무위키 등에는 무법천지의 출전을 《사기》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으나, 《사기》에는 ‘無法天地’도 ‘無法無天’도 나오지 않는다. 중국어 ‘無法無天’도 명대 이후의 말이다.[2]
- 중국어: ‘무법무천(無法無天)’. 사람이 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구는 모양을 말한다. ‘몰법몰천(沒法沒天)’이라고도 한다.[2]
- 접근 권한 관리가 안 되던 시절의 공유 드라이브는 그야말로 무법천지였다.
- 규칙 없는 오픈 채팅방이 광고와 사기 링크로 무법천지가 되었다.
- 전쟁이 끝난 직후 그 도시는 한동안 무법천지였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무법천지”,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AC%B4%EB%B2%95%EC%B2%9C%EC%A7%80, 확인날짜=2026-10-11.
- ↑ 2.0 2.1 2.2 2.3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無法無天”,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455, 확인날짜=2026-10-11.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원문 검색, “無法天地”;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문집 원문 검색, “無法天地”,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11.
- ↑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컬렉션: ジエ・エス・ゲール 編, 《韓英字典》(1911); 朝鮮総督府 編, 《朝鮮語辞典》(1920), https://dl.ndl.go.jp/, 확인날짜=2026-10-11.
- ↑ 강인택 속기, 〈講演月旦〉, 《개벽》 제17호, 1921-11-01,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https://db.history.go.kr/modern/level.do?levelId=ma_013_0170_0080, 확인날짜=2026-10-11.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고종실록》 44권, 고종 41년 7월 27일 5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za_14107027_005, 확인날짜=2026-10-11.
- ↑ 《동아일보》, 1958-11-28, 2면, “亂舞하는 强力犯「無法天地」印象의 長安”,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https://db.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