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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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투합(意氣投合)은 마음이나 뜻이 서로 맞음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의기상투(意氣相投)’, ‘의기상합(意氣相合)’이라고도 한다.[1]
‘의기(意氣)’는 마음과 기개, ‘투합(投合)’은 서로 맞아떨어진다는 말이다. 처음 만난 사람끼리 생각과 취향이 맞아 금세 가까워지거나, 뜻이 같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일을 벌일 때 쓴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다”처럼 좋은 일에 많이 쓰지만, 나쁜 일을 함께 꾸민 무리를 두고도 쓸 수 있다. 우리말의 ‘죽이 맞다’와 비슷하다.
같은 ‘의기(意氣)’로 시작하는 의기양양(意氣揚揚)이 기세가 오른 모습을, 의기소침(意氣銷沈)이 기세가 꺾인 모습을 나타낸다면, 의기투합은 두 사람 이상의 의기가 서로 맞아떨어지는 것을 나타낸다.
일본어에서도 ‘意気投合(いきとうごう)’이라 하여 “첫 만남에 의기투합하다(初対面で意気投合する)”처럼 한국어와 똑같이 쓴다.[2] 현대 중국어에서는 ‘의기상투(意氣相投)’나 ‘정투의합(情投意合)’이 더 흔히 쓰인다.[3]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네 글자 형태는 남송 무렵의 문헌에서 확인된다. 남송의 유극장(劉克莊)은 《후촌시화(後村詩話)》에서 이백(李白)과 두보(杜甫)의 교유를 두고 이렇게 적었다.[4]
李、杜一生流落不偶,然交遊皆賢相名卿。杜于房琯,李于張鎬,見於賦詠,意氣投合,情誼慷慨。
“이백과 두보는 평생 떠돌며 때를 만나지 못했으나, 사귄 이들은 모두 어진 재상과 이름난 공경이었다. 두보는 방관(房琯)과, 이백은 장호(張鎬)와 시문을 주고받으며 의기가 서로 맞았고 정이 두터웠다.” 유극장은 이어서 두 재상이 끝내 이백과 두보를 끌어올리지 못해 두 시인이 떠돌다 생을 마친 일을 안타까워했다.
비슷한 시기 사방득(謝枋得)이 엮은 《문장궤범(文章軌範)》에서는 한유(韓愈)의 〈송동소남서(送董邵南序)〉 가운데 “나는 그가 반드시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나리라는 것을 안다(吾知其必有合也)”는 구절 아래에 “동생(董生)은 호걸이니 연·조의 선비와 의기가 맞는다(董生豪傑也,燕趙之士意氣投合)”라는 평어가 붙어 있다.[5] 명청 시대에는 희곡 《서루기(西樓記)》, 소설 《기로등(歧路燈)》 등에서 사람끼리 마음이 맞는다는 뜻으로 두루 쓰였다.
한편 비슷한 말인 ‘의기상투(意氣相投)’는 《성어전》이 원나라 궁대용(宮大用)의 잡극 《범장계서(范張雞黍)》의 “우리는 의기가 서로 맞아 그대가 내 근심을 아는구나(咱意氣相投,你知我心憂)”를 용례로 든다.[3]
《일본국어대사전》은 마사무네 하쿠초(正宗白鳥)의 소설 《어디로(何処へ)》(1908)의 “자네도 어느새 미노우라 군과 의기투합하게 되었군”을 첫 용례로 든다.[2]
조선 시대 한문 문헌에서는 ‘意氣投合’이라는 네 글자보다 ‘意氣相投’, ‘意氣相合’이 주로 쓰였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意氣投合’이 한 건도 없으며, 국역문의 ‘의기투합’은 번역자가 다른 표현을 옮긴 말이다.[6]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서도 ‘意氣投合’은 확인되지 않는 반면, ‘意氣相投’는 고려 후기 이승휴(李承休)의 편지에 보인다. 그는 진양의 서기 정소(鄭玿)에게 보낸 글에서 “옛글에 이른바 천 리 밖에서 사귄다는 것은, 서로 만나 보지 않아도 의기가 서로 맞는다는 말이다(傳所謂千里論交者,蓋不待相見,意氣相投之謂也)”라고 했다.[7]
- 해커톤에서 처음 만난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의기투합해 보안 점검 도구를 오픈 소스로 공개했다.
- 동창 셋이 의기투합해 고향에 작은 서점을 열었다.
- 그들은 술자리에서 의기투합하더니 다음 날 바로 등산 동호회를 만들었다.
- 일본의 SF 작가 호시 신이치(星新一)는 1961년 〈의기투합(意気投合)〉이라는 제목의 짧은 소설을 썼다.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은 이 작품의 “서로 의기투합할 수 있는 별이란 좀처럼 없는 법이군요”라는 대목을 용례로 든다.[2]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의기투합”,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D%98%EA%B8%B0%ED%88%AC%ED%95%A9, 확인날짜=2026-10-01.
- ↑ 2.0 2.1 2.2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意気投合”,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84%8F%E6%B0%97%E6%8A%95%E5%90%88, 확인날짜=2026-10-01.
- ↑ 3.0 3.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意氣相投”,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2167, 확인날짜=2026-10-01.
- ↑ 유극장(劉克莊), 《후촌시화(後村詩話)》 신집(新集) 권1.
- ↑ 사방득(謝枋得) 편, 《문장궤범(文章軌範)》 권5, 한유 〈송동소남서(送董邵南序)〉 평어.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검색 “意氣投合”(원문 0건)·“의기투합”(국역 6건),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01.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이승휴, 《동안거사집(動安居士集)》 〈여진양서기정소서(與晉陽書記鄭玿書)〉, 자료ID ITKC_MO_0008A_0020_010_0060, https://db.itkc.or.kr/dir/node?dataId=ITKC_MO_0008A_0020_010_0060, 확인날짜=2026-10-01.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情投意合”,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054, 확인날짜=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