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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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는 뜻으로, 한 번 성한 것이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하여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젊음과 아름다움, 권세와 인기처럼 한때 빛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쓴다. 한국에서는 “권세는 십 년을 가지 못한다”는 권불십년(權不十年)과 짝을 지어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처럼 말하는 일이 많으며, 권력의 무상함을 경계하는 말로 정치 기사에 자주 오른다.[2]
현대 중국어에서는 ‘꽃은 백 일 붉지 않다’는 ‘화무백일홍(花無百日紅)’이 더 흔하다. 《성어전(成語典)》은 이를 “꽃은 늘 피어 있지 않다. 청춘은 쉽게 지나가고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음을 비유한다”고 풀고,[3] “사람은 천 날 좋을 수 없고 꽃은 백 날 붉을 수 없다”는 속담 ‘인무천일호 화무백일홍(人無千日好,花無百日紅)’도 따로 싣는다.[4] 다섯 글자로 된 말이어서 이 사전에서는 사자성어가 아닌 한자성어로 분류한다.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송나라 때부터 시에 쓰인 구절이다. 확인되는 이른 예는 북송의 조변(趙抃)이 항주 상천축사의 바위 꽃을 두고 지은 〈상천축사석암화(上天竺寺石巖花)〉이다.
對植齊開古梵宮,欲求精筆畫難工。直將春占三旬盛,誰謂花無十日紅。
“옛 절에 마주 심겨 나란히 피었으니, 솜씨 좋은 붓을 구해도 그려 내기 어렵다. 봄날 서른 날(三旬)을 내내 한창으로 차지하니, 누가 꽃은 열흘 붉지 않다 했던가.” 이미 ‘꽃은 열흘 붉지 않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었고, 시인은 이 꽃이 그 통념을 뒤집는다고 감탄한 것이다. 남송의 오불(吳芾)도 비 오는 봄날을 두고 “이미 꽃이 열흘 붉지 못함을 한탄한다(已恨花無十日紅)”고 읊었다.[6]
흔히 출전으로 드는 것은 남송 양만리(楊萬里)의 〈납전월계(臘前月季)〉이다. 선집 《전방비조(全芳備祖)》 등에는 첫 구가 “只道花無十日紅,此花無日不春風(꽃은 열흘 붉은 것이 없다고들 하지만, 이 꽃은 봄바람 불지 않는 날이 없구나)”로 실려 있다.[7] 다만 양만리의 문집 《성재집(誠齋集)》 권38에는 ‘十日紅’이 아니라 ‘열 달 붉은 꽃은 없다(花無十月紅)’로 되어 있다.[8] 사철 피는 월계화를 기린 시이므로, 어느 쪽이든 ‘다른 꽃과 달리 이 꽃은 시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무위키 등에서는 이 말이 양만리의 시에서 유래했다고 소개하는 경우가 있으나, 양만리보다 한 세기 앞선 북송 조변의 시에 이미 ‘花無十日紅’이 통념으로 인용되어 있고, 양만리 문집의 원문은 ‘花無十月紅’이다.
원나라 이후 희곡과 소설에서는 ‘花無百日紅’ 쪽이 널리 쓰였다. 《성어전》은 원나라 곡자경(谷子敬)의 잡극 《성남류(城南柳)》 제2절의 “언제 천 년 푸른 버들을 보았던가, 다들 꽃은 백 일 붉지 않다고 하네”를 용례로 들고,[3] 《수호전》 제22회에서는 시진의 장원에 머물던 무송이 “사람은 천 날 좋을 수 없고, 꽃은 백 날 붉을 수 없다”며 푸대접을 한탄한다.[4]
- 한때 모두가 쓰던 메신저도 화무십일홍이라, 몇 년 사이에 이용자가 거의 떠났다.
-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라 했으니, 권한을 가졌을 때 더 조심해야 한다.
- 인기란 화무십일홍이니 들뜨지 말고 실력을 쌓아라.
- 조선 문인들은 ‘백일홍(百日紅)’이라 불리는 배롱나무를 두고 이 말을 뒤집는 시를 짓기도 했다. 오도일(吳道一)은 〈영백일홍(詠百日紅)〉에서 “누가 괜히 꽃은 열흘 붉지 않다고 했던가(枉道花無十日紅)”라고 읊었다.[11]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화무십일홍”,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9%94%EB%AC%B4%EC%8B%AD%EC%9D%BC%ED%99%8D, 확인날짜=2026-09-30.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권불십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6%8C%EB%B6%88%EC%8B%AD%EB%85%84, 확인날짜=2026-09-30.
- ↑ 3.0 3.1 3.2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花無百日紅”,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7930, 확인날짜=2026-09-30.
- ↑ 4.0 4.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人無千日好,花無百日紅”,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2676, 확인날짜=2026-09-30.
- ↑ 조변(趙抃), 〈상천축사석암화(上天竺寺石巖花)〉, 《청헌집(淸獻集)》 권4.
- ↑ 오불(吳芾), 《호산집(湖山集)》 권10.
- ↑ 진경기(陳景沂), 《전방비조(全芳備祖)》 전집 권20.
- ↑ 양만리(楊萬里), 〈납전월계(臘前月季)〉, 《성재집(誠齋集)》 권38 〈퇴휴집(退休集)〉.
- ↑ 강희맹(姜希孟), 〈화무십일홍음(花無十日紅吟)〉, 《사숙재집(私淑齋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64A_0050_010_0250, 확인날짜=2026-09-30.
- ↑ 남용익(南龍翼), 〈차적곡석화운(次赤谷惜花韻)〉, 《호곡집(壺谷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395A_0040_010_0580, 확인날짜=2026-09-30.
- ↑ 오도일(吳道一), 〈영백일홍. 동파촌부(詠百日紅。同坡村賦。)〉, 《서파집(西坡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423A_0050_020_0380, 확인날짜=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