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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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ial proof; 사회적 증거
-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를 때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정답의 근거로 삼아 따라 하는 심리 현상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는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지 확실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그것이 맞는 행동이라고 여겨 따라 하는 경향이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정보적 사회 영향(informational social influence)의 한 형태로 본다.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B. Cialdini)가 1984년 책 『Influence』(국내 번역 『설득의 심리학』)에서 설득의 원칙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사회적 증명, 음역한 소셜 프루프로도 쓴다.
온라인에서는 별점과 후기, 판매량 표시, "지금 ○명이 보고 있어요" 알림, 팔로어 수와 좋아요 수가 모두 사회적 증거로 작동한다. 그래서 전자상거래와 소셜 미디어 설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설득 원리이고, 동시에 가짜 후기와 조작된 지표로 가장 많이 악용되는 원리이기도 하다.
치알디니는 사람들이 정보가 넘치는 환경에서 일일이 따져 보는 대신 몇 가지 지름길(휴리스틱)에 기대어 결정하며, 이 지름길을 영업·광고 전문가들이 이용한다고 보았다. 그가 정리한 원칙은 처음에 상호성, 일관성, 사회적 증거, 호감, 권위, 희소성의 여섯 가지였고, 뒤에 연대감(unity)이 더해져 일곱 가지가 됐다. 치알디니가 운영하는 회사는 사회적 증거를 "사람들은 특히 확신이 없을 때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자기 행동을 정한다"는 원칙으로 설명한다.[1] 이 책은 2002년 『설득의 심리학』(황혜숙 옮김, 21세기북스)으로 국내에 번역됐고, 2023년에는 일곱 원칙을 담은 개정증보판이 나왔다.[2]
개념의 뿌리는 1930~1950년대 동조 연구에 있다.
- 셰리프의 자동운동 실험(1935): 무자비 셰리프(Muzafer Sherif)는 캄캄한 방에서 움직이지 않는 불빛이 움직여 보이는 착시(자동운동 효과)를 이용해, 혼자서는 제각각이던 사람들의 추정치가 여럿이 함께 말하게 하자 하나의 집단 기준으로 모이고, 다시 혼자 판단할 때도 그 기준이 유지된다는 것을 보였다. 정답이 모호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기준으로 현실을 정의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증거의 고전 사례로 꼽힌다.[3]
- 정보적 영향과 규범적 영향(1955): 모턴 도이치(Morton Deutsch)와 해럴드 제라드(Harold Gerard)는 남의 판단을 옳다고 믿어서 따르는 정보적 영향과, 남에게 받아들여지려고 따르는 규범적 영향을 구분했다.[4] 사회적 증거는 앞의 정보적 영향에 해당한다.
- 애시의 선분 실험(1951~1956): 솔로몬 애시(Solomon Asch)는 답이 명백한 선분 길이 판단에서도 다수가 틀린 답을 말하면 따라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였다.[5] 다만 이 경우는 정답이 모호하지 않으므로 정보적 영향보다 규범적 영향(동조 압력)의 사례로 보는 시각이 많다.
- 하늘 쳐다보기 실험(1969):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 등은 뉴욕 거리에서 건물 위를 올려다보는 사람의 수를 1명에서 15명까지 바꿔 가며, 올려다보는 무리가 클수록 따라 올려다보거나 멈춰 서는 행인이 늘어난다는 것을 관찰했다.[6]
사회적 증거는 아무 때나 같은 세기로 작동하지 않는다. 연구에서 반복해 확인된 조건은 다음과 같다.
| 개념 | 핵심 | 사회적 증거와의 차이 |
|---|---|---|
| 동조(conformity) | 집단의 기준에 맞춰 생각·행동을 바꿈 | 더 넓은 개념이다. 사회적 증거는 "남이 맞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오는 정보적 동조에 가깝다. |
| 밴드왜건 효과 | 많은 사람이 고르는 쪽이 더 많이 선택되는 현상 | 소비·선거처럼 집단 수준에서 나타나는 결과를 가리킬 때 주로 쓴다. 사회적 증거는 그 밑에 있는 개인 심리 기제로 설명되곤 한다. |
| 정보 폭포(information cascade) | 앞사람들의 선택을 보고 자기 정보를 버리고 따라가는 연쇄 | 경제학 모형으로, 합리적 개인도 적은 정보에 근거해 한쪽으로 쏠릴 수 있음을 보인다.[8] |
| 군집 행동(herd behavior) | 투자 등에서 무리를 지어 같은 방향으로 움직임 | 금융 시장의 거품·폭락을 설명할 때 많이 쓴다. |
| 기술 규범(descriptive norm) | "대부분이 이렇게 한다"는 사실 정보 | 행동 변화 캠페인에서 사회적 증거를 메시지로 만든 형태다. |
- 호텔 수건 재사용: 노아 골드스타인(Noah Goldstein), 치알디니 등은 호텔 객실 안내문을 바꾸는 현장 실험에서, 환경 보호를 호소하는 일반 문구보다 "대부분의 투숙객이 수건을 재사용한다"는 기술 규범 문구가 재사용률을 더 높였고, "이 객실 투숙객 대부분"처럼 지금 처지와 가까운 집단을 말할수록 효과가 더 컸다고 보고했다.[9]
- 영국 세금 독촉장: 영국 국세청(HMRC)은 체납자에게 보내는 독촉장에 대부분의 사람이 세금을 제때 낸다는 문구를 넣는 실험을 했다. 20만 명이 넘는 납세자를 대상으로 한 이 현장 실험에서 사회 규범 문구는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납부율과 세수를 높였다.[10]
- 후기·별점·판매량: 전자상거래에서 이전 구매자의 후기와 별점은 가장 흔한 사회적 증거다. "베스트셀러", "○○개 판매", "많이 본 상품" 표시도 같은 원리다.
- 팔로어·좋아요·조회 수: 숫자가 큰 계정과 게시물이 더 믿을 만하고 인기 있어 보이고, 그래서 더 많은 반응을 얻는 순환이 생긴다. 인스타그램은 2021년 5월 모든 이용자에게 좋아요 수를 숨길 수 있는 선택지를 주면서, 시험 기간에 "사람들이 무엇이 유행하고 인기 있는지 감을 잡으려고 좋아요 수를 쓴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밝혔다.[11]
- 인기도가 성공을 키운다: 매튜 살가닉(Matthew Salganik) 등은 1만 4,341명이 참여한 가상 음악 시장 실험에서, 다른 참가자들의 다운로드 수를 보여 줄수록 노래 사이 인기 격차가 커지고 어떤 노래가 뜰지 예측하기도 어려워진다는 것을 보였다. 품질은 성공을 일부만 결정했다.[12]
- 첫 추천 한 표의 힘: 레브 무치닉(Lev Muchnik) 등은 소셜 뉴스 사이트와 함께 10만 개가 넘는 댓글에 무작위로 첫 추천이나 비추천을 붙이는 실험을 했다. 인위로 붙인 추천 한 표는 이후 점수를 부풀렸지만, 비추천의 장기 효과는 작았다.[13]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David Phillips)는 1974년 언론에 크게 보도된 자살 뒤에 자살이 늘어나는 현상을 분석해 "베르테르 효과"라 불렀다. 이 모방 자살을 사회적 증거로 설명하는 시각이 있다.[14] 언론의 자살 보도 권고 기준이 생긴 배경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서는 사회적 증거가 가장 흔한 표기다. 『설득의 심리학』 번역본이 "사회적 증거의 법칙(원칙)"이라는 말을 써서 마케팅·자기계발 분야에 퍼졌고, "사회적 증명", "소셜 프루프"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포털 뉴스 검색(다음)에서 "사회적 증거"가 들어간 기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보이고 2020년대 들어 더 늘었다. 기사는 주로 소비 심리, 리뷰 마케팅, 정치 여론을 다룰 때 이 말을 쓴다.[15][16]
한국 온라인 시장에서는 사회적 증거를 꾸며 내는 행위가 규제 대상이 됐다.
- 뒷광고: 2020년 유튜버들이 대가를 받은 사실을 숨긴 "뒷광고" 논란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2020년 9월 1일부터 시행하며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히지 않은 SNS 추천·후기를 기만 광고로 다루기 시작했다.[17]
- 임직원 후기: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6월 쿠팡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에게 자체 상품 구매 후기를 쓰게 해 자기 상품을 상단에 올렸다며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다고 발표했다.[18]
해외에서도 같은 흐름이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4년 8월 가짜 후기(생성형 AI로 만든 것 포함), 조건부로 산 후기, 숨긴 내부자 후기, 가짜 팔로어·조회 수 판매와 구매 등을 금지하는 규칙을 확정했다.[19]
- 틀린 다수도 따라간다: 사회적 증거는 남들이 가진 정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일 수 있지만, 모두가 서로를 보고 따라가면 처음 몇 사람의 선택이 전체를 결정하는 정보 폭포가 생겨 많은 사람의 결정이 실제로는 아주 적은 정보에 기대게 된다.[8]
- 조작에 약하다: 지표가 곧 신뢰가 되므로 후기·별점·팔로어를 사고파는 시장이 생긴다. 앞서 본 무치닉 등의 실험처럼 작은 조작도 결과를 크게 바꿀 수 있다.
- 역효과: 사회 규범 메시지의 효과는 대상과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가정 전력 사용량 실험에서 "이웃 평균"만 알려 주자 평균보다 많이 쓰던 집은 줄였지만 적게 쓰던 집은 오히려 늘렸고, 잘했다는 표시(웃는 얼굴)를 함께 주자 이 역효과(부메랑 효과)가 사라졌다.[20]
- 대중서 중심의 확산: 『설득의 심리학』은 대중서이고 영업 현장의 일화도 많이 담고 있어, 마케팅 업계에서 원리를 단순화하거나 과장해 쓰는 경우가 많다.
- ↑ 1.0 1.1 Influence at Work, Dr. Robert Cialdini's Seven Principles of Persuasion
- ↑ 알라딘, 『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21세기북스, 2002 / 20주년 기념 개정증보판 2023)
- ↑ Muzafer Sherif, "A study of some social factors in perception", Archives of Psychology 27(187), 1935. 해설: Ralph H. Turner, "Some Contributions of Muzafer Sherif to Sociology", Social Psychology Quarterly 53(4), 1990
- ↑ Morton Deutsch, Harold B. Gerard, "A study of normative and informational social influences upon individual judgment", Journal of Abnormal and Social Psychology 51(3), 1955, 629~636쪽
- ↑ Solomon E. Asch, "Studies of independence and conformity: I. A minority of one against a unanimous majority", Psychological Monographs 70(9), 1956
- ↑ Stanley Milgram, Leonard Bickman, Lawrence Berkowitz, "Note on the drawing power of crowds of different siz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3(2), 1969, 79~82쪽
- ↑ Robert S. Baron, Joseph A. Vandello, Bethany Brunsman, "The forgotten variable in conformity research: Impact of task importance on social influen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1(5), 1996, 915~927쪽
- ↑ 8.0 8.1 Sushil Bikhchandani, David Hirshleifer, Ivo Welch, "A Theory of Fads, Fashion, Custom, and Cultural Change as Informational Cascades",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00(5), 1992, 992~1026쪽
- ↑ Noah J. Goldstein, Robert B. Cialdini, Vladas Griskevicius, "A Room with a Viewpoint: Using Social Norms to Motivate Environmental Conservation in Hotel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5(3), 2008, 472~482쪽
- ↑ Michael Hallsworth, John A. List, Robert D. Metcalfe, Ivo Vlaev, "The Behavioralist As Tax Collector: Using Natural Field Experiments to Enhance Tax Compliance", NBER Working Paper 20007, 2014 (학술지 게재: Journal of Public Economics 148, 2017)
- ↑ Instagram, "Giving People More Control on Instagram and Facebook", 2021년 5월 26일
- ↑ Matthew J. Salganik, Peter Sheridan Dodds, Duncan J. Watts, "Experimental Study of Inequality and Unpredictability in an Artificial Cultural Market", Science 311(5762), 2006, 854~856쪽
- ↑ Lev Muchnik, Sinan Aral, Sean J. Taylor, "Social Influence Bias: A Randomized Experiment", Science 341(6146), 2013, 647~651쪽
- ↑ David P. Phillips, "The Influence of Suggestion on Suicide: Substantive and Theoretical Implications of the Werther Effect",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39(3), 1974
- ↑ 미디어피아,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 사람을 설득하는 7가지의 비밀"
- ↑ 서해신문(sbn뉴스), "[칼럼 설득의 심리학 3. 사회적 증거의 법칙"]
- ↑ 아시아경제, "예전에 올린 '뒷광고'도 고쳐야…'내돈내산' 후기 광고계약 이해표시", 2020년 8월 31일
- ↑ 뉴스1, "공정위, 쿠팡에 과징금 1400억·검찰 고발…PB상품 띄우려 알고리즘 조작", 2024년 6월 13일
- ↑ FTC, "Federal Trade Commission Announces Final Rule Banning Fake Reviews and Testimonials", 2024년 8월 14일
- ↑ P. Wesley Schultz, Jessica M. Nolan, Robert B. Cialdini, Noah J. Goldstein, Vladas Griskevicius, "The Constructive, Destructive, and Reconstructive Power of Social Norms", Psychological Science 18(5), 2007, 429~4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