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메뉴 여닫기
환경 설정 메뉴 여닫기
개인 메뉴 여닫기
로그인하지 않음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이용후생(利用厚生)은 기구를 편리하게 쓰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넉넉하게 하여 백성의 생활을 나아지게 함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의 “正德、利用、厚生”에서 나온 말이다.[2]

쓸모 있는 도구와 기술을 갖추어(利用) 사람들의 살림을 넉넉하게 한다(厚生)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 가운데 청나라의 문물과 기술을 배워 상공업과 생산력을 일으키자고 주장한 박지원(朴趾源)·박제가(朴齊家)·홍대용(洪大容) 등을 ‘이용후생학파’ 또는 ‘북학파(北學派)’라 부르면서 널리 알려졌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참고 어휘로 ‘경세치용(經世致用)’을 든다.[1]

오늘날에는 기술 개발, 산업 진흥, 복지 정책의 목표를 말할 때 “이용후생의 정신” 같은 꼴로 쓴다. ‘후생(厚生)’이라는 낱말도 여기서 나왔다.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利 리(이) 이롭다, 날카롭다 이롭게 하다, 편리하게 하다
用 용 쓰다 쓰는 것, 기물과 재용
厚 후 두텁다 넉넉하게 하다
生 생 나다, 살다 삶, 살림

‘利’는 첫소리 규칙에 따라 낱말 첫머리에서 ‘이’로 읽는다.

《서경》 〈대우모〉

편집 원본 편집

순(舜) 임금 앞에서 우(禹)가 나라 다스리는 요체를 아뢴 말이다.

禹曰:「於!帝念哉!德惟善政,政在養民。水、火、金、木、土、穀,惟修;正德、利用、厚生、惟和。九功惟敘,九敘惟歌。」

[3]

“아, 임금께서는 유념하소서. 덕은 정치를 잘하는 데 있고, 정치는 백성을 기르는 데 있습니다. 물·불·쇠·나무·흙·곡식을 잘 다스리고, 덕을 바로잡고(正德) 쓰임을 이롭게 하며(利用) 삶을 넉넉하게 하는 일(厚生)을 조화롭게 해야 합니다. 이 아홉 가지 일이 차례를 얻으면 백성이 이를 노래할 것입니다.”

다스려야 할 여섯 재물(水火金木土穀)을 ‘육부(六府)’, 정덕·이용·후생을 ‘삼사(三事)’라 하고, 둘을 합쳐 ‘구공(九功)’이라 한다. 〈대우모〉는 이른바 위고문(僞古文) 《상서》에 속하는 편이지만, 같은 내용이 《춘추좌씨전》 문공(文公) 7년 조에 진(晉)나라 극결(郤缺)이 《하서(夏書)》를 인용하며 풀이한 말로 이미 보인다.

九功之德,皆可歌也,謂之九歌。六府三事,謂之九功。水、火、金、木、土、穀、謂之六府。正德、利用、厚生,謂之三事。

[4]

공안국(孔安國)의 전(傳)이라 전해지는 옛 주석은 “덕을 바로잡아 아랫사람을 이끌고, 쓰임을 이롭게 하여 재물을 풍족하게 하고, 삶을 넉넉하게 하여 백성을 기른다(正德以率下,利用以阜財,厚生以養民)”고 풀었다.[5]

조선 후기의 이용후생론

편집 원본 편집

조선에서도 일찍부터 쓰였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22건이 보이며, 1553년(명종 8) 사간원이 황해도 백성의 살 방도를 말하며 “그 이용후생의 방도를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其利用厚生之道,在所當急)”고 아뢴 것이 이른 예이다.[6] 1778년(정조 2) 정조는 대고(大誥)에서 “공업과 상업은 말단의 일이지만 백성이 이에 힘입어 입고 먹는 것을 넉넉히 하니 오히려 이용후생의 바탕이 된다(工商,末務也,民賴以裕衣食,則猶爲利用厚生之資)”고 했다.[7]

같은 해 박제가는 《북학의(北學議)》 자서(自序)에서 “이용과 후생은 하나라도 닦이지 않으면 위로 정덕을 해친다(夫利用厚生,一有不修,則上侵於正德)”고 했다.[8] 박지원은 1780년 연행 길에 쓴 《열하일기(熱河日記)》 〈도강록(渡江錄)〉 6월 27일 조에서, 청나라 시골 가게의 소 우리와 돼지우리, 땔나무 더미까지 반듯하게 정돈된 모습을 보고 이렇게 적었다.

嗟乎。如此然後始可謂之利用矣。利用然後可以厚生。厚生然後正其德矣。不能利其用而能厚其生。鮮矣。生旣不足以自厚。則亦惡能正其德乎。

[9]

“아, 이렇게 된 뒤에야 비로소 쓰임을 이롭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쓰임이 이로워진 뒤에야 삶을 넉넉하게 할 수 있고, 삶이 넉넉해진 뒤에야 덕을 바로잡을 수 있다. 쓰임을 이롭게 하지 못하면서 삶을 넉넉하게 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삶이 스스로 넉넉하지 못한데 어찌 덕을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서경》은 정덕·이용·후생의 순서로 말했지만, 박지원은 이를 거꾸로 세워 물질적 기반이 먼저 갖추어져야 도덕도 바로 선다고 보았다. 이용후생이 북학파의 구호처럼 여겨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다른 언어의 표현

편집 원본 편집
  • 일본어에서도 ‘리요코세이(利用厚生)’라고 하며, 《일본국어대사전》은 가토 히로유키(加藤弘之)의 《진세이타이이(真政大意)》(1870)를 첫 용례로 든다. 헤이본샤의 《세계대백과사전》은 조선 실학의 ‘이용후생학파=북학파’를 따로 설명한다.[10]
  •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利用厚生’을 상공업에 종사한 사람의 장례에 쓰는 만사(輓辭) 문구로 풀이하며, 그 사람이 민생에 크게 이바지했음을 기리는 말이라고 설명한다.[2]
  • 오픈 소스 공공 소프트웨어는 이용후생의 정신을 디지털 시대에 구현한 사례라 할 만하다.
  • 신기술 도입의 목적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용후생, 곧 사람들의 일과 삶을 실제로 편하게 만드는 데 있다.
  • 북학파 실학자들은 수레와 벽돌 같은 청나라의 기술을 들여와 이용후생을 꾀하자고 주장했다.
  • 일본의 후생성(厚生省, 지금의 후생노동성)이라는 이름은 《서경》의 ‘正德利用厚生’에서 따온 것이다. 후생노동성은 ‘후생’이 채침(蔡沈)의 《서경집전》 풀이처럼 입을 것과 먹을 것을 넉넉히 하여 백성의 삶을 풍족하게 한다는 뜻이라고 소개한다.[11] 한국어의 ‘후생 복지’, ‘복리 후생’의 ‘후생’도 같은 말이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편집 원본 편집
  • 경세치용(經世致用): 학문은 세상을 다스리는 데 실제로 이바지해야 한다는 주장.[1]
  • 실사구시(實事求是):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함.
  • 부국강병(富國强兵):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군대를 강하게 함.
  • 국리민복(國利民福): 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
  1. ↑ 1.0 1.1 1.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이용후생”,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D%B4%EC%9A%A9%ED%9B%84%EC%83%9D, 확인날짜=2026-10-01.
  2. ↑ 2.0 2.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利用厚生”,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27739, 확인날짜=2026-10-01.
  3. ↑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
  4.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문공(文公) 7년.
  5. ↑ 《상서(尙書)》 〈대우모〉 공안국 전(傳).
  6.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명종실록》 15권, 명종 8년 8월 14일 무자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ma_10808014_002, 확인날짜=2026-10-01.
  7.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정조실록》 5권, 정조 2년 6월 4일 임진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va_10206004_001, 확인날짜=2026-10-01.
  8. ↑ 박제가(朴齊家), 《북학의(北學議)》 서(序).
  9. ↑ 박지원(朴趾源), 《열하일기(熱河日記)》 권1 〈도강록(渡江錄)〉 6월 27일 갑술.
  10.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디지털 다이지센》·《세계대백과사전(世界大百科事典)》, “利用厚生”,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8%A9%E7%94%A8%E5%8E%9A%E7%94%9F, 확인날짜=2026-10-01.
  11. ↑ 일본 후생노동성, 〈厚生労働省の沿革〉, https://www.mhlw.go.jp/kouseiroudoushou/shigoto/dl/p03.pdf, 확인날짜=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