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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존여비(男尊女卑)는 사회적 지위나 권리에서 남자를 여자보다 높이고 우대하는 일, 또는 그런 생각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남자는 높고 귀하며 여자는 낮고 천하다고 보는 관념을 가리킨다. 옛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이 생각이 집안의 질서와 예법의 바탕으로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성차별을 비판하는 말로 쓴다. “남존여비 사상”, “남존여비의 악습”처럼 말하며, 반대말은 여자를 남자보다 우대하는 ‘여존남비(女尊男卑)’이다.[2]

중국어에서도 같은 글자로 ‘男尊女卑(nán zūn nǚ bēi)’라 하며,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옛날에 남자의 지위는 높고 귀하며 여자의 지위는 낮다고 여긴 것”으로 풀이한다.[3] 일본어에서도 ‘男尊女卑(だんそんじょひ)’라고 하고, 반대말로 ‘女尊男卑(じょそんだんぴ)’를 쓴다.[4]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男 남 사내, 남자 남자
尊 존 높다, 공경하다 높고 귀하게 여김
女 녀(여) 계집, 여자 여자
卑 비 낮다, 천하다 낮고 천하게 여김

《열자》의 영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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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어전》과 《일본국어대사전》은 《열자(列子)》 〈천서(天瑞)〉를 출전으로 든다.[3][4] 공자가 태산에서 노닐다가, 사슴 가죽 옷에 새끼줄 띠를 두르고 거문고를 타며 노래하는 영계기(榮啓期)를 만나 무엇이 그리 즐거우냐고 묻자 그가 대답했다.

吾樂甚多:天生萬物,唯人爲貴。而吾得爲人,是一樂也。男女之別,男尊女卑,故以男爲貴;吾既得爲男矣,是二樂也。人生有不見日月、不免襁褓者,吾既己行年九十矣,是三樂也。貧者士之常也,死者人之終也,處常得終,當何憂哉?

[5]

“나의 즐거움은 아주 많습니다. 하늘이 만물을 낳았는데 사람이 가장 귀하니, 내가 사람이 된 것이 첫째 즐거움입니다. 남녀에는 구별이 있어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으므로 남자를 귀하게 여기니, 내가 남자가 된 것이 둘째 즐거움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해와 달도 보지 못하고 포대기를 벗지 못한 채 죽는 이도 있는데, 나는 이미 아흔 살이 되었으니 이것이 셋째 즐거움입니다. 가난은 선비에게 늘 있는 일이고 죽음은 사람의 끝이니, 늘 있는 일에 처하여 끝을 맞는데 무엇을 근심하겠습니까?” 공자는 “훌륭하구나, 스스로 마음을 넉넉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로다”라고 했다. 이 이야기는 흔히 ‘영계기의 세 가지 즐거움(榮啓期三樂)’으로 불린다.

같은 이야기가 《공자가어(孔子家語)》 〈육본(六本)〉에도 실려 있는데, 몇 글자가 다르다. 《공자가어》에서는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으므로 사람들이 남자를 귀하게 여긴다(男尊女卑,故人以男為貴)”라고 하고, 영계기의 나이도 아흔다섯 살로 되어 있다.[6]

더 이른 한역 불경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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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자》는 전국 시대 열어구(列禦寇)의 책으로 전하지만, 지금 전하는 본은 동진(東晉)의 장담(張湛)이 주를 달아 전한 것이다. 네 글자가 쓰인 것으로는 후한 말에 한문으로 옮겨진 불경도 이르다. 담과(曇果)와 강맹상(康孟詳)이 옮긴 《중본기경(中本起經)》 권하에는, 부처가 여인 아범화리(阿凡和利)의 공양 초청을 먼저 받아들이자 장자(長者)의 아들들이 그녀를 찾아가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있다.

佛者至尊,用一切故,來化吾國。飯佛及僧,吾等應先,男尊女卑,卿當在後,慎勿供辦。

[7]

“부처님은 지극히 높으신 분으로 모든 이를 위해 우리나라를 교화하러 오셨다.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하는 일은 우리가 먼저 해야 한다.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으니 그대는 뒤에 서야 한다. 공양을 준비하지 말라.” 그녀는 힘으로 약한 사람을 누르지 말라며 맞섰고, 결국 장자의 아들들은 “이 여인은 복 있는 사람이니 먼저 부처께 공양하게 되었다”며 물러섰다. 앞서 부처도 “여래의 자비는 두루 미쳐서 높고 낮음을 묻지 않는다(如來慈普,不問尊卑)”고 말했다. 후진(後秦)의 구마라집(鳩摩羅什)이 옮긴 《대지도론(大智度論)》 권2도 부처를 ‘장부를 길들이는 스승(調御丈夫)’이라 부르는 까닭을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기 때문(男尊女卑故)”이라고 풀었다.[8]

《주역》과 성리학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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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높낮이를 하늘과 땅에 견주는 생각은 《주역》 〈계사전〉의 “하늘은 높고 땅은 낮으니 건과 곤이 정해진다(天尊地卑,乾坤定矣)”, “건의 도는 남자를 이루고 곤의 도는 여자를 이룬다(乾道成男,坤道成女)”에서 이어진다.[9] 송나라 정이(程頤)는 《역전(易傳)》에서 항괘(恒卦)를 풀며 “장남이 장녀 위에 있으니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음이 부부가 집에 사는 떳떳한 도리이다(恒,長男在長女之上,男尊女卑,夫婦居室之常道也)”라고 했다.[10] 이 해석은 조선의 《주역》 풀이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한국 문헌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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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男尊女卑’가 한 건도 나오지 않는다.[11] 문집 원문에서도 몇 건에 그치는데, 대부분 영계기의 고사를 인용하거나 정이의 항괘 해석을 옮긴 것이다.[12]

  • 선우협(鮮于浹)은 《주역》 풀이에서 항괘를 “여자가 남자 아래 있으니 부부가 집안에 사는 모습이다. 남존여비는 부부가 집에 사는 떳떳한 도리이다(女居男下。夫婦處家之象。男尊女卑。夫婦居室之常道)”라고 적었다.[13]
  • 윤기(尹愭)는 〈구락헌기(九樂軒記)〉에서 영계기의 세 가지 즐거움을 끌어와 글을 시작했다.[14]

근대에 들어 남존여비는 고쳐야 할 낡은 관습을 비판하는 말이 되었다. 《일본국어대사전》은 1900년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의 《수신요령(修身要領)》 강연에 나오는 “제8조 남존여비는 야만의 누습이다(男尊女卑は野蛮の陋習なり)”를 첫 용례로 든다.[4] 그보다 앞서 1888년의 상식 모음집 《처세의 물종(処世の物種)》도 독일의 풍속을 소개하며 ‘남존여비 관존민비(男尊女卑官尊民卑)’를 나란히 들었다.[15]

《일본대백과전서》는 이 관념이 율령제와 함께 일본 지배층에 들어와 근세에 정착했고, 메이지 정부의 ‘이에(家)’ 제도와 법을 통해 사회 구석구석까지 퍼졌다고 설명한다.[4]

  • 승진 심사에서 여성 직원만 번번이 밀려나는 것은 남존여비의 잔재라는 비판을 받았다.
  •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던 시절에도 집안 살림과 재산을 꾸려 간 여성들의 기록이 적지 않다.
  • 채용 알고리즘이 과거 데이터를 그대로 학습하면 남존여비 같은 낡은 편견까지 되풀이할 수 있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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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존남비(女尊男卑): 여자를 남자보다 우대하고 존중함. 반대말.
  • 관존민비(官尊民卑): 관리는 높고 백성은 낮다고 여기는 생각. 같은 짜임의 말.
  • 천존지비(天尊地卑): 하늘은 높고 땅은 낮음. 《주역》 〈계사전〉의 말.
  • 삼종지도(三從之道): 여자가 어려서는 아버지를, 시집가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옛 도리.
  • 여필종부(女必從夫): 아내는 반드시 남편을 따라야 함.
  • 칠거지악(七去之惡): 옛날에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일곱 가지 이유.
  • 반대되는 생각: 남녀평등(男女平等).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남존여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82%A8%EC%A1%B4%EC%97%AC%EB%B9%84, 확인날짜=2026-10-01.
  2.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여존남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7%AC%EC%A1%B4%EB%82%A8%EB%B9%84, 확인날짜=2026-10-01.
  3. ↑ 3.0 3.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수정본 참고 자료 “男尊女卑”,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7532, 확인날짜=2026-10-01.
  4. ↑ 4.0 4.1 4.2 4.3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일본대백과전서(日本大百科全書)》·《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 “男尊女卑”,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94%B7%E5%B0%8A%E5%A5%B3%E5%8D%91, 확인날짜=2026-10-01.
  5. ↑ 《열자(列子)》 〈천서(天瑞)〉.
  6. ↑ 《공자가어(孔子家語)》 권4 〈육본(六本)〉.
  7. ↑ 담과(曇果)·강맹상(康孟詳) 역, 《중본기경(中本起經)》 권하, 대정신수대장경 T0196, CBETA, https://cbetaonline.dila.edu.tw/, 확인날짜=2026-10-01.
  8. ↑ 용수(龍樹) 지음, 구마라집 역, 《대지도론(大智度論)》 권2, 대정신수대장경 T1509, CBETA, https://cbetaonline.dila.edu.tw/, 확인날짜=2026-10-01.
  9. ↑ 《주역(周易)》 〈계사 상(繫辭上)〉 제1장.
  10. ↑ 정이(程頤), 《이천역전(伊川易傳)》 항괘(恒卦).
  11.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男尊女卑”,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01.
  12.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한국문집총간 원문 검색 “男尊女卑”,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01.
  13. ↑ 선우협(鮮于浹), 《돈암전서(遯菴全書)》 〈대역리상(大易理象)〉 권1,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01.
  14. ↑ 윤기(尹愭), 〈구락헌기(九樂軒記)〉, 《무명자집(無名子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01.
  15. ↑ 네기시 우사부로(根岸兎三郎), 《처세의 물종: 문명잡조(処世の物種: 文明雑爼)》, 1888,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컬렉션 전문 검색, https://lab.ndl.go.jp/dl/book/897957, 확인날짜=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