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천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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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천대소(仰天大笑)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거나 어이가 없어서 하늘을 쳐다보고 크게 웃음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사마천(司馬遷)의 《사기》 〈골계열전(滑稽列傳)〉에 나오는 순우곤(淳于髡)의 고사가 대표적인 출전이다. 제나라 위왕(威王) 8년, 초나라가 대군을 일으켜 제나라를 치자 위왕은 순우곤을 조나라에 보내 구원병을 청하게 하면서 황금 백 근과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 열 대만 예물로 주었다.[3]
淳于髡仰天大笑,冠纓索絕。王曰:「先生少之乎?」髡曰:「何敢!」王曰:「笑豈有說乎?」髡曰:「今者臣從東方來,見道傍有禳田者,操一豚蹄,酒一盂,祝曰:『甌窶滿篝,汙邪滿車,五穀蕃熟,穰穰滿家。』臣見其所持者狹而所欲者奢,故笑之。」
순우곤이 하늘을 우러러 크게 웃으니 갓끈이 다 끊어졌다. 왕이 “선생은 예물이 적다고 여기시오?” 하자, 순우곤은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 하였다. 왕이 “웃는 데에 무슨 까닭이 있소?” 하고 묻자 순우곤이 말하였다. “오늘 신이 동쪽에서 오다가 길가에서 밭에 풍년을 비는 사람을 보았는데, 돼지 발굽 하나와 술 한 사발을 들고 ‘높은 밭에서는 바구니가 가득, 낮은 밭에서는 수레가 가득, 오곡이 무르익어 집 안 가득 넘치게 해 주소서’ 하고 빌었습니다. 신은 그가 가진 것은 보잘것없는데 바라는 것은 지나친 것을 보고 웃었습니다.”
뜻을 알아들은 위왕은 예물을 황금 천 일(溢), 흰 구슬 열 쌍, 수레 백 대로 늘렸고, 조나라는 정병 10만과 전차 천 대를 내주었다. 초나라는 이 소식을 듣고 밤에 군사를 물렸다.[3] 사마천은 열전 끝의 평에서 “순우곤이 하늘을 우러러 크게 웃자 제 위왕이 천하를 활보하였다(淳于髡仰天大笑,齊威王橫行)”고 적었다.[3] 이 고사에서 앙천대소는 기가 막히다는 뜻을 웃음으로 드러내 임금을 깨우친 풍자의 웃음이다. 《퇴계집》에 실린 이황(李滉)의 시 〈우청술회〉에 붙은 주석에서도 ‘갓끈이 끊어짐(絶纓)’의 출처로 이 대목을 들었다.[4]
비슷한 표현은 《전국책》에도 보인다. 초나라 왕이 운몽(雲夢)에서 사냥하다가 달려드는 들소를 화살 한 발로 쓰러뜨리고 “하늘을 우러러 웃으며(仰天而笑)” 오늘 사냥이 즐겁다고 말하는 장면이다.[5]
앙천대소를 호탕한 웃음의 대명사로 만든 것은 당나라 이백(李白)의 시 〈남릉에서 아이들과 헤어지며 서울로 들어가다(南陵別兒童入京)〉이다. 벼슬길에 부름을 받은 기쁨을 노래한 시의 마지막 두 구는 다음과 같다.[6]
仰天大笑出門去,我輩豈是蓬蒿人。
하늘을 우러러 크게 웃으며 문을 나서니, 우리가 어찌 쑥대밭에 묻혀 살 사람이겠는가.
《성어전》은 청나라 소설 《유림외사(儒林外史)》 제46회의 “우화헌이 하늘을 우러러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虞華軒仰天大笑道)”를 용례로 들지만,[2] 네 글자 그대로의 형태는 이처럼 《사기》와 이백의 시에 훨씬 먼저 나온다.
나무위키 등의 성어 목록에는 앙천대소의 출전을 1913년 선우일(鮮于日)이 박문서관에서 펴낸 책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 《앙천대소》는 실제로 선우일이 1913년에 펴낸 재담집의 제목이지만,[9] 말 자체는 위와 같이 《사기》와 이백의 시, 고려·조선의 문집에 이미 나오는 오래된 성어이다.
- 일본어의 ‘仰天(ぎょうてん)’은 주로 ‘몹시 놀람’을 뜻한다. 《일본국어대사전》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거나 크게 웃음’이라는 뜻도 싣지만 일상에서는 “びっくり仰天(깜짝 놀람)”처럼 놀람의 뜻으로 쓴다.[10] 한국어의 앙천대소와는 뜻이 다르다.
- 경쟁사가 우리 서비스를 베꼈다며 소송을 걸겠다고 하자 대표는 앙천대소하였다.
- 몇 달을 헤맨 버그의 원인이 오타 하나였다는 걸 알고 팀원들은 허탈하게 앙천대소했다.
- 그는 터무니없는 제안을 듣고 앙천대소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앙천대소”,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5%99%EC%B2%9C%EB%8C%80%EC%86%8C, 확인날짜=2026-10-11.
- ↑ 2.0 2.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修訂本 참고 자료, “仰天大笑”,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8564, 확인날짜=2026-10-11.
- ↑ 3.0 3.1 3.2 사마천(司馬遷), 《사기(史記)》 권126 〈골계열전(滑稽列傳)〉.
- ↑ 이황(李滉), 〈우청술회(雨晴述懷)〉 주, 《퇴계집(退溪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144A_0660_010_0870, 확인날짜=2026-10-11.
- ↑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 1〉.
- ↑ 이백(李白), 〈남릉별아동입경(南陵別兒童入京)〉, 《전당시(全唐詩)》 권174.
- ↑ 이규보(李奎報), 〈십이월십구일 피참견체 발주일유작(十二月十九日被讒見替發州日有作)〉,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권10,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04A_0120_010_0140, 확인날짜=2026-10-11.
- ↑ 김시습(金時習), 〈숙동화사(宿桐花寺)〉, 《매월당집(梅月堂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69A_0130_010_0760, 확인날짜=2026-10-11.
- ↑ 9.0 9.1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앙천대소”,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35194, 확인날짜=2026-10-11.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仰天”,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4%BB%B0%E5%A4%A9, 확인날짜=2026-10-11.
- ↑ 박팽년(朴彭年), 〈답비해당서(荅匪懈堂書)〉, 《박선생유고(朴先生遺稿)》,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58A_0030_060_0360, 확인날짜=2026-10-11.